침체된 일본 전기차 시장 나 홀로 역주행… ‘가성비’와 ‘실용성’ 두 마리 토끼 잡았다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수출명 인스터)이 ‘국산차의 무덤’이라 불리던 일본 시장에서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렸다. 일본 전기차 시장 전체가 꽁꽁 얼어붙은 상황에서, 이 작은 전기차는 무려 408%라는 경이로운 판매 성장률을 기록하며 현지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일본의 도심을 질주하기 시작한 ‘꼬마 거인’의 성공 비결을 파헤쳐 본다.
캐스퍼 일렉트릭 (출처=현대차)
시장 침체 비웃는 ‘나 홀로 역주행’최근 일본자동차수입조합(JAIA)이 발표한 자료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지난 5월, 캐스퍼 일렉트릭은 일본에서 총 94대가 팔려나가며 작년 같은 달에 비해 판매량이 408.7%나 폭증했다.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 측면 (출처=현대차)
이는 일본 전체 전기차 시장이 작년 대비 33%나 쪼그라든 상황에서 거둔 성과이기에 더욱 의미가 깊다. 닛산, 토요타 등 현지 강자들마저 고전하는 가운데, 캐스퍼 일렉트릭은 마치 시장의 침체를 비웃듯 나 홀로 역주행하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일본 도심을 위한 ‘완벽한 맞춤 정장’캐스퍼 일렉트릭의 성공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현대차는 일본의 교통 환경을 철저히 분석해 ‘완벽한 맞춤형’ 자동차를 선보였다.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 측정면 (출처=현대차)
복잡한 골목길과 비좁은 주차 공간이 일상인 일본 도심에서 거대한 SUV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전장 3,595mm의 아담한 차체로 이러한 환경에 최적화된 기동성을 자랑한다. 일본 운전자들이 “이거다!”하고 무릎을 칠 만한 크기와 실용성을 정확히 꿰뚫어 본 것이다. 현지 자동차 회사들이 미처 신경 쓰지 못했던 ‘틈새시장’을 제대로 공략한 전략이 적중했다.
캐스퍼 일렉트릭 (출처=현대차)
작지만 강하다! ‘가성비’ 끝판왕작다고 얕보면 큰코다친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42킬로와트시(kWh) 배터리를 얹고 한 번 충전으로 최대 315km(WLTP 기준)를 달릴 수 있는 알찬 성능을 갖췄다. 매일 출퇴근하고 주말에 근교로 나들이 가기에는 전혀 부족함이 없는 실력이다.
캐스퍼 일렉트릭 (출처=현대차)
가격은 더욱 매력적이다. 일본 현지 판매 가격은 약 285만 엔(한화 약 2,665만 원)부터 시작한다. 각종 보조금을 더하면 실구매가는 더욱 낮아진다. 조용한 주행감과 안정적인 승차감은 덤이다. 일본 소비자들 사이에서 “이 가격에 이 정도 성능이라니”라는 찬사가 쏟아지는 이유다.

‘라쿠텐’에서 자동차 쇼핑… 상식을 깬 판매 전략현대차는 판매 방식에서도 상식을 깼다. 대리점을 통해 차를 파는 전통적인 방식 대신, 일본 최대 온라인 쇼핑몰 ‘라쿠텐’과 손잡고 100% 온라인 판매를 선택했다. 클릭 몇 번으로 자동차를 주문하는 신선한 경험은 일본 젊은 층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사전 예약만 400대를 넘기는 기염을 토했다.
캐스퍼 일렉트릭 (출처=현대차)
‘국산차의 무덤’에서 희망의 씨앗을 틔운 캐스퍼 일렉트릭. 현대차의 과감한 도전이 일본 시장의 판도를 어떻게 바꿔나갈지, 그 흥미진진한 질주가 이제 막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