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에 지친 소비자들, ‘시간’을 돈으로 사기 시작했다
2,380만 원. 신차 최고가보다 300만 원가량 비싼 이 가격표의 주인공은 놀랍게도 갓 뽑은 새 차가 아닌 중고차다. 현대차 캐스퍼 중고차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지금껏 우리가 알던 자동차 시장의 상식을 완벽히 뒤집고 있다. 1년 넘게 이어지는 신차 출고 대기에 지친 소비자들이 ‘즉시 출고’라는 가치에 기꺼이 지갑을 열면서 벌어진 진풍경이다.14개월의 기다림, 당신의 시간은 얼마인가
지금 당장 현대차 대리점에 가서 캐스퍼를 계약하면 언어 언제쯤 받을 수 있을까. 공식 자료에 따르면 가솔린 모델은 14~15개월, 전기차 모델인 캐스퍼 일렉트릭은 무려 13개월에서 최대 22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당장 차가 필요한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에게 1년 반이라는 시간은 사실상 ‘기다리다 포기하라’는 말과 같다.작다고 얕봤다간 큰코다친다, 캐스퍼의 반전 매력
캐스퍼가 이토록 뜨거운 인기를 누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출시 초기만 해도 ‘경차’라는 틀에 갇혀 평가절하되기도 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개성 넘치는 디자인과 소형 SUV를 위협하는 당당한 체구(전장 3,595mm, 전폭 1,595mm, 전고 1,605mm)는 물론, 차급을 뛰어넘는 공간 활용성이 입소문을 타며 완벽한 ‘인기 소형차’로 자리매김했다.이 차만 그런 게 아니다, 줄줄이 이어진 ‘가격 역전’ 도미노
사실 이런 기현상은 캐스퍼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자동차 업계의 고질적인 공급망 문제가 만들어 낸 시장 왜곡의 단면이다. 최근 중고차 시장에서는 기아 쏘렌토 하이브리드가 신차보다 1,477만 원, 카니발 하이브리드는 1,340만 원이나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사례까지 등장했다.이석호 기자 shlee@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