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터널 진입 시 자동 창문 개방 및 배기음 증폭하는 ‘터널 모드’ 특허 출원.
전기차(EV) 모델에는 ‘가상 배기음’ 적용 가능성도... “이것이 독일의 감성?” 갑론을박.
											  일명 ‘터널 모드(Tunnel Mode)’로 불리는 이 기능은, 포르쉐 특유의 우렁찬 배기음을 운전자가 가장 극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포르쉐가 최근 미국 특허청(USPTO)에 출원한 이 기술은 차량이 터널에 접근하는 것을 스스로 감지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엔지니어링의 정밀함으로 유명한 독일 브랜드답지 않게, 지극히 ‘감성적인’ 목적을 가진 기능이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터널만 감지하면 ‘우렁찬 배기음’...작동 원리는?”
‘터널 모드’는 운전의 ‘감성적 경험’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허 내용에 따르면, 차량 전방의 카메라와 내비게이션 데이터를 활용해 터널 접근을 감지하면, 차량이 자동으로 여러 기능을 수행한다.우선, 운전자가 터널의 ‘소리 울림’을 만끽할 수 있도록 양쪽 창문을 자동으로 내린다. 동시에, 스포츠 배기 시스템이 장착된 차량의 경우 배기 플랩(밸브)을 활짝 열어 배기음이 가장 큰 소리를 내도록 유도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더 높은 RPM(분당 엔진 회전수)을 사용해 극적인 소리를 연출하기 위해 기어를 최소 1단 이상 ‘다운시프트’ 한다.
컨버터블(카브리올레) 모델의 경우 한 단계 더 나아간다. 터널 진입 전 운전자에게 알림을 줘 안전한 곳에 정차한 뒤 루프(지붕)를 열도록 유도한다.
만약 날씨가 쌀쌀할 경우, 차가운 바람에 운전자가 불쾌감을 느끼지 않도록 실내 히터를 자동으로 작동시키는 세심함까지 포함됐다.
“전기차는 ‘가짜 소리’ 송출?...논란의 여지”
더욱 흥미로운 지점은 이 ‘터널 모드’가 포르쉐의 순수 전기차(EV) 라인업에도 적용될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것이다. 내연기관이 없는 전기차는 구조적으로 우렁찬 배기음을 만들어낼 수 없다.특허 문서에 따르면, 포르쉐 전기차의 ‘터널 모드’는 차량 외부 스피커를 통해 인공적인, 즉 ‘가짜 배기음’을 송출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이는 터널 안에서 가상 사운드를 울리게 해 내연기관 스포츠카와 유사한 감성적 만족감을 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를 두고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전기차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시도”라는 긍정적 반응과 “정체성을 잃은 슬픈 기능”이라는 비판이 공존한다.
“단순한 ‘재미’ 넘어...주행 설정도 ‘스포티’하게”
포르쉐의 ‘터널 모드’는 단순히 소리만 요란해지는 기능에 그치지 않는다. 특허는 이 모드가 활성화되는 동안 차량의 조향 감각(스티어링)을 더 단단하게 조이고, 섀시 반응을 더욱 ‘스포티’하게 변경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터널이라는 짧은 구간 동안 차량의 주행 성능을 역동적으로 바꿔 운전의 재미를 배가시키려는 의도다. 물론, 차량이 터널을 빠져나오면 카메라는 이를 즉시 감지하고, 창문을 닫고 배기 밸브를 원위치시키는 등 모든 설정을 이전의 ‘컴포트’ 모드로 되돌린다.
물론 이 기술이 특허 출원 단계인 만큼, 실제 포르쉐 911이나 타이칸 같은 양산차에 언제 적용될지는 미지수다.
한 자동차 업계 전문가는 “이번 특허는 포르쉐가 ‘운전의 재미’라는 본질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장난기 어린 증거”라면서도 “전기차에 가상 배기음을 적용하는 것은 브랜드의 순수성 측면에서 포르쉐 내부에서도 깊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태영 기자 tae0@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