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나타급 공간에 캐스퍼 가격표, 국산 전기차 생태계 파괴자 등장

연말이 되면 으레 “떨이”라는 말이 맴돌기 마련인데, 올해 자동차 시장엔 진짜 ‘대박’ 물건이 하나 떨어졌다. 경차 살 돈으로 널찍한 최신형 전기 세단을 살 수 있다니, 믿기지 않아서 계산기를 두 번이나 두들겨 봤다. 12월, 놓치면 두고두고 배 아플 그 차의 정체를 시원하게 분석한다.
기아 EV4 측정면 (출처=기아)

계산기 두드려보니 ‘찐’ 2천만 원대

솔직히 처음엔 눈을 의심했다. EV4 스탠다드 모델의 공식 몸값은 4,042만 원이다. 그런데 이달 쏟아지는 혜택을 다 끌어모으면 기적의 계산식이 완성된다.

우선 제조사가 작정하고 내놓은 12월 할인 패키지가 쏠쏠하다. 기본 10만 원 계약금 지원은 애교 수준이다. 타던 차를 기아 인증중고차에 넘기면 주는 ‘트레이드-인’ 혜택 70만 원, 여기에 현대카드 세이브-오토 30만 원, 멤버스 포인트 40만 원, 전시차 할인 20만 원 등 챙길 수 있는 건 다 챙기면 최대 170만 원이 빠진다.
기아 EV4 측후면 (출처=기아)
하지만 진짜 주인공은 전기차 보조금이다. EV4는 에너지 효율이 워낙 좋아 국고 보조금을 522만 원이나 챙긴다. 여기에 지역별로 다르긴 하지만, 지자체 보조금까지 최대(990만 원)로 받으면 실구매가는 2,360만 원까지 곤두박질친다.

요즘 “경차도 비싸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현대 캐스퍼 풀옵션이 2,017만 원인 걸 감안하면, 불과 340만 원 차이로 체급이 다른 미래형 전기 세단을 손에 넣는 셈이다.
기아 EV4 측면 (출처=기아)

싼 게 비지떡? 아니, 뼈대부터 다른 ‘E-GMP’ 혈통

“값이 싸면 뭔가 빠졌겠지”라고 의심했다면 오산이다. EV4는 현대차그룹이 자랑하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뼈대로 쓴다. 내연기관 차를 개조해 만든 전기차와는 태생부터가 다르다.
EV4/출처-기아
배터리를 바닥에 얇게 깐 덕분에 실내 바닥이 평평한 ‘플랫 플로어’를 구현했다. 차 길이는 4,730mm로 준중형급이지만, 실내 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축거)는 2,820mm에 달해 쏘나타 같은 중형 세단 못지않은 뒷좌석 공간을 뽑아냈다. 아이들 태우고 짐 싣고 다니는 패밀리카로도 손색없는 이유다.

한 번 충전에 서울-부산 근접, ‘V2L’은 덤

성능도 짱짱하다. 58.0kWh 배터리를 품은 스탠다드 모델은 한 번 충전으로 382km를 달린다. 시내 주행은 일주일에 한 번 충전이면 충분하고, 주말 장거리 여행도 거뜬하다. 최고 출력 204마력은 도심에서 차고 넘치는 힘을 발휘한다.
EV4/출처-기아
여기에 전기차만의 특권인 V2L(Vehicle to Load) 기능도 기본이다. 차에 있는 전기를 끌어다 야외에서 커피 머신을 돌리거나 노트북을 충전할 수 있다. 2천만 원대 차에서 ‘움직이는 발전소’ 기능을 누릴 수 있다는 건 경쟁 모델인 코나 EV나 아이오닉 5와 견줘봐도 압도적인 ‘가성비 우위’다.

12.3인치 화면이 기본... 상품성 타협은 없다

실내를 들여다보면 기아가 이를 갈았다는 게 느껴진다. 저가형 모델이라고 해서 구형 부품을 쓰지 않았다. 상위 모델에나 들어가는 12.3인치 파노라믹 디스플레이를 기본으로 탑재했고, 최신 안전 사양들도 꼼꼼히 챙겼다.
기아 EV4 실내 (출처=기아)
이번 12월 프로모션은 단순히 재고 털이가 아니다.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기아의 ‘가격 파괴 선언’이나 다름없다. 캐스퍼나 아반떼를 고민하던 사회초년생, 혹은 가성비 좋은 세컨드카를 찾던 아빠들에게 EV4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 될 것이다. 고민은 배송만 늦출 뿐, 이 가격표가 사라지기 전에 전시장을 방문해 보는 게 답이다.

동치승 기자 don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