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마다 달랐던 할인율, 이제는 안녕... 2026년 4월부터 ‘RoF’ 직판제 전면 시행
딜러사 출혈 경쟁 막고 브랜드 가치 회복... 수입차 시장 전체에 미칠 파장 ‘촉각’

S클래스 / 벤츠


메르세데스-벤츠 차량을 구매할 때 전시장과 영업사원에 따라 수백만 원씩 차이 나던 할인율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벤츠코리아가 과도한 할인 경쟁을 근절하고 브랜드 가치를 재정립하기 위해 새로운 유통 구조를 도입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2026년 4월부터 본격 시행될 이 변화는 국내 수입차 시장 전반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변수로 평가받는다. 지금까지는 딜러사별 재량에 따라 가격이 달라져 소비자 혼란이 반복됐지만, 이번 개편을 통해 가격 결정 구조 자체가 완전히 뒤바뀌게 된다.

벤츠가 직접 판다 RoF 도입



E클래스 / 벤츠


벤츠코리아가 도입하는 새로운 판매 방식은 ‘리테일 오브 더 퓨처(Retail of the Future)’, 이른바 ‘RoF’로 불린다. 이는 본사가 소비자에게 직접 차량을 판매하는 직판제에 가까운 구조다.

기존에는 벤츠코리아가 차량을 딜러사에 도매로 공급하면, 각 딜러사가 자체적인 할인 정책을 적용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이었다. 이 과정에서 동일한 차종임에도 딜러사와 영업사원에 따라 최종 구매 가격이 크게 달라지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하지만 RoF 체계에서는 가격 결정 권한이 전적으로 벤츠코리아에 귀속된다. 전국 11개 기존 딜러사는 본사가 정한 동일한 가격으로 차량을 공급받으며, 고객 응대와 전시장 운영, 차량 인도 등 서비스에 집중하는 역할로 전환된다.

GLC / 벤츠


출혈 경쟁 끝내고 브랜드 가치 회복



이번 개편의 핵심 목표는 ‘가격 통일’을 통한 브랜드 가치 회복과 수익 구조 정상화에 맞춰져 있다. 그동안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는 판매량 확대를 위한 딜러사 간의 과도한 할인 경쟁이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왔다.

특히 벤츠 딜러사들은 ‘출혈 경쟁’의 여파로 올해에만 적게는 수백억 원에서 많게는 1천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직판제 전환은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결단으로 풀이된다. 벤츠코리아는 ‘제값 받기’ 전략을 통해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공고히 하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려는 계산이다.

C클래스 실내 /벤츠


새로운 체계에서 기존 딜러사는 재고 부담 없이 판매량 경쟁 대신 브랜드 경험 제공과 고객 서비스 품질 향상에 집중하게 된다. 수익 구조 역시 차량 한 대당 정해진 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바뀌어 안정성이 높아진다. 벤츠코리아는 이들을 ‘딜러사’가 아닌 ‘파트너사’로 명칭을 변경하며 새로운 관계 정립에 나섰다.

수입차 시장 지각변동 예고



업계에서는 수입차 판매 1위 브랜드인 벤츠의 이번 결정이 국내 수입차 시장의 유통 구조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벤츠가 가격 질서 정상화에 성공할 경우, BMW 등 다른 경쟁 수입차 브랜드들도 유사한 직판제 도입을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EQE / 벤츠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 이상 ‘최저가’를 찾기 위해 여러 전시장을 돌아다니는 발품을 팔지 않아도 되는 등 가격 투명성이 높아진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과거와 같은 파격적인 할인 혜택은 기대하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벤츠코리아의 이번 선택이 과도한 경쟁으로 얼룩졌던 수입차 시장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