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매출 300조 원 돌파, 그러나 영업이익은 20% 가까이 급감한 속사정
미국 시장 관세 부담과 하이브리드 판매 호조 사이, 올해 수익성 개선 가능할까?
현대차그룹이 사상 처음으로 연간 합산 매출 300조 원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축포를 터뜨리기엔 표정이 밝지 않다. 기록적인 외형 성장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은 오히려 뒷걸음질쳤기 때문이다.
300조 매출에도 웃지 못한 이유
증권가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의 2024년 합산 매출은 전년 대비 7% 증가한 약 302조 원에 달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1조 5,000억 원으로, 무려 19.8%나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익 감소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미국의 높은 관세 장벽이 꼽힌다. 지난해 4월부터 부과된 25%의 관세를 가격에 전가하는 대신, 현대차그룹은 이를 자체적으로 흡수하는 전략을 택했다. 그 결과 미국 시장 점유율은 11.3%라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수익성은 악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위기 속 구원투수 하이브리드
수익성 악화라는 악재 속에서도 매출 성장을 이끈 일등 공신은 단연 하이브리드 차량이다. 미국 내 전기차 보조금이 축소되면서 실용적인 하이브리드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실제로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하이브리드 판매량은 전년 대비 48.8%나 급증한 33만 1,023대를 기록했다. 기아 쏘렌토, 현대차 투싼과 싼타페 등 고부가가치 SUV 모델 중심의 하이브리드 라인업이 평균판매단가(ASP)를 끌어올리며 외형 성장을 견인한 것이다.
관세 인하 반전의 서막 되나
암울했던 수익성 지표에도 올해는 청신호가 켜졌다. 지난해 11월 한미 간 협상 타결로 올해부터 자동차 관세가 기존 25%에서 15%로 인하되기 때문이다.
증권업계는 이번 관세 인하로 현대차그룹이 연간 4조 4,000억 원 이상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된 전기차 전용 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가동률을 높여 현지 생산을 늘리면, 관세 부담은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토요타와 하이브리드 정면승부
관세 부담 완화라는 호재를 등에 업고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미국 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특히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대폭 강화해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린다.
기아는 대형 SUV 텔루라이드 하이브리드 모델 출시를 준비 중이며, 현대차는 투싼과 싼타페 하이브리드의 공급을 늘려 수요에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이는 하이브리드 시장의 절대 강자인 토요타와의 본격적인 경쟁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현지 생산 확대와 신차 투입이라는 카드를 손에 쥔 현대차그룹이 점유율과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