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는 SUV, 중고차는 세단? 판매량으로 증명된 그랜저의 압도적 인기
3~5년 된 2천만 원 이하 휘발유 모델 선호도 뚜렷, 당신의 선택은?

제네시스 G80 / 사진=Genesis


도로 위를 가득 메운 SUV를 보면 이제 세단의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신차 시장의 뜨거운 열기가 무색하게, 중고차 시장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가 펼쳐지고 있다. 모두가 SUV를 외칠 때, 조용히 판매량 1위를 거머쥔 모델은 다름 아닌 ‘세단’이었다.

신차 시장과 다른 중고차 시장의 선택



롯데렌탈이 공개한 ‘2024년 중고차 구매 동향’ 데이터는 이러한 반전을 명확히 보여준다. 올 상반기 가장 많이 팔린 중고차 모델은 현대자동차의 그랜저로, 전체 판매량의 9.2%를 차지하며 왕좌에 올랐다.
2위 역시 8.7%를 기록한 아반떼가 차지하며 세단의 저력을 과시했다. 판매량 상위 5개 모델 중 기아 니로(3위)를 제외한 4개 모델(그랜저, 아반떼, K5, 쏘나타)이 모두 세단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랜저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아빠차’ 그랜저, 왜 여전히 1위일까



신차 시장의 주역인 SUV를 제치고 그랜저가 중고차 시장의 최강자로 군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 전문가들은 ‘가성비’와 ‘가심비’를 모두 잡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그랜저는 한때 ‘성공의 상징’으로 불리며 높은 가격대를 형성했지만, 3~5년의 감가를 거친 중고 모델은 신형 준중형 세단이나 소형 SUV를 구매할 예산으로 충분히 넘볼 수 있다.
넓은 실내 공간과 안정적인 주행 성능, 풍부한 편의 사양은 그대로 누리면서 가격 부담은 크게 줄어드는 것이다. 이는 생애 첫 차를 구매하는 사회초년생부터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3040 가장들까지 폭넓은 수요층을 끌어들이는 핵심 요인이다.

SUV 비중은 늘었지만…



물론 중고차 시장에서도 SUV의 인기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차종별 판매 비중을 보면 SUV가 약 40%를 차지하며 가장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다. 쏘렌토, 스포티지, 싼타페 등 인기 중형 SUV 모델들이 신차 시장에서 중고차 시장으로 꾸준히 유입된 결과다.
하지만 단일 모델의 판매량으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SUV 시장은 다양한 차급과 모델로 수요가 분산되는 반면, 세단 시장에서는 그랜저라는 압도적인 강자가 존재감을 과시하며 판매량을 견인하고 있다.

가장 많이 찾는 중고차 조건은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중고차의 조건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연식은 3~5년 사이(2021~2022년식) 차량이 전체 판매의 약 70%를 차지했다. 신차 보증 기간이 남아있거나 막 끝난 시점으로, 차량의 품질과 상품성이 검증되었으면서도 가격은 합리적인 ‘스위트 스폿’ 구간이다.
연료 유형별로는 휘발유 차량이 57%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으며, 하이브리드(16.4%)와 디젤이 그 뒤를 이었다. 2000만 원대 이하의 예산으로 구매 가능한 실용적인 매물을 찾는 소비자가 많다는 것을 방증한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