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당 지원금은 현대차가 251만원 더 많은데…총액은 단 66억 차이
국산차 우대 정책의 역설, 압도적 판매량 앞에선 소용 없었다
전기차 보조금 정책의 칼끝은 국산차를 향해 있었다. 사후관리망 평가 등을 반영해 국내 브랜드에 유리한 구조를 짰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보조금 집행 결과를 보면, 정부의 의도와는 다른 숫자가 나타났다.
수입차 브랜드인 테슬라가 전체 전기 승용차 예산의 10%가 넘는 금액을 가져간 배경이다. 대당 지원액은 국산차보다 적었지만, 압도적인 판매량이 만들어낸 일종의 역설이다. 정책 설계만으로는 시장의 흐름을 모두 통제하기 어렵다는 현실이 드러났다.
대당 보조금 차이가 총액에서 뒤집힌 배경
구체적인 숫자를 보면 상황이 명확해진다. 올 상반기 현대차·제네시스 전기차 8개 모델은 총 2만9032대가 팔렸다. 대당 국고보조금은 평균 442만원 수준이다.
같은 기간 테슬라는 모델Y와 모델3을 앞세워 6만2456대를 판매했다. 현대차의 2배가 넘는 수치다. 대당 평균 보조금은 191만원으로 현대차보다 251만원이나 적었지만, 최종 결과는 달랐다.
추산된 총 국고보조금은 현대차가 약 1212억원, 테슬라가 약 1146억원이다. 대당 지원액의 큰 격차에도 불구하고 총액 차이는 66억원에 불과했다. 판매량의 힘이 보조금 설계의 유불리를 상당 부분 상쇄한 것이다.
국산차 밀어주려다 중국 생산 차량만 도운 셈
논란의 또 다른 지점은 생산지다. 2024년 이후 국내에 들어오는 테슬라 모델 Y와 모델 3은 모두 중국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생산된다. 결과적으로 국산차 산업 지원을 명분으로 내건 보조금 1146억원이 중국산 수입차 구매에 쓰인 셈이다.
물론 보조금은 제조사가 아닌 소비자에게 지급된다. 세금이 해외로 직접 유출된다는 표현은 사실과 다르다.
하지만 테슬라의 공격적인 가격 인하와 물량 확대 전략이 시장에 주효했고, 젊은 층을 중심으로 ‘중국산’에 대한 거부감이 크지 않았다는 점도 판매량 급증의 배경으로 꼽힌다.
이번 통계는 보조금 정책이 시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전체 전기승용차 예산 9360억원 중 12.2%가 테슬라로 향했다. 국산차 우대라는 취지가 완전히 실패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그러나 대당 보조금만 높인다고 해서 국내 브랜드 판매량이 저절로 따라오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 확인됐다. 만약 내년 전기차 구매를 계획하고 있다면, 차종별 지원액뿐 아니라 실제 판매량과 시장 상황이 총지원 규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격, 공급, 소비자 선호가 얽힌 시장의 복잡한 방정식을 보여준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