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 세단의 소음·진동은 싫고, 대형 세단의 유지비는 부담스럽다면 정답은 정해져 있다.
시간이 지나도 ‘실패 없는 패밀리카’로 불리는 데에는 압도적인 장점과 몇 가지 타협점이 공존한다.
출시된 지 시간이 흘러 구형 모델이 됐음에도 이 차가 여전히 중고차 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데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뛰어난 연비와 정숙성, 그리고 패밀리카로서 부족함 없는 공간 활용성이 그 핵심이다.
하지만 이 차가 시간이 지나도 ‘실패 없는 선택’으로 불리는 배경에는 단순히 수치로만 설명되지 않는 절묘한 균형점이 자리한다.
압도적인 연비와 광활한 공간이 공존하는 이유
과거 하이브리드 차량은 트렁크에 자리한 배터리 때문에 공간 손실이 당연시됐다. 하지만 그랜저 IG 하이브리드는 배터리를 2열 시트 하단으로 옮겨 이 문제를 해결했다. 덕분에 일반 가솔린 모델과 동일한 수준의 넓은 트렁크와 넉넉한 2열 레그룸을 확보했다. 가족을 태울 일이 많은 운전자에게는 큰 장점이다.이 차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단연 연비다. 2.4L 가솔린 엔진과 전기 모터가 결합해 공인 복합연비 16.2km/L를 달성했다. 실제 국도나 고속도로 정속 주행 환경에서는 18km/L를 넘나드는 실연비를 쉽게 기록한다. 제로백 8초대의 무난한 가속력은 덤이다.
장거리 출퇴근이나 주말 가족 나들이가 잦아 유류비가 부담스러웠던 운전자라면 솔깃한 제안이다. 디젤 세단의 대안으로 충분한 경제성을 갖췄다.
디젤 세단 오너들이 부러워한 정숙성의 비밀
그랜저 IG 하이브리드의 정숙성은 동급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여기에는 ‘액티브 부밍 컨트롤’이라는 기술이 숨어있다. 이 기술은 엔진이 저회전할 때 발생하는 특유의 소음과 진동(부밍 노이즈)을 모터가 역방향 토크로 상쇄시키는 원리로 작동한다.이를 통해 전기모터에서 엔진으로 전환될 때의 이질감을 크게 줄였다. 덕분에 운전자는 물론 동승자까지 편안한 이동 경험을 누릴 수 있다. 소음과 진동 때문에 디젤 세단을 꺼렸던 소비자들에게 최적의 선택지로 꼽히는 배경이다.
그럼에도 구매 전 알아둬야 할 아쉬운 점들
물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주행 특성은 구매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저속 구간에서는 엔진 개입이 다소 빠른 편이라, 극심한 정체 구간에서는 전기 모터 주행의 이점이 다소 줄어든다.또한 회생제동 시스템의 감각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고, 순정 출고용 타이어의 성능이 차체에 비해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중고차 구매 후 접지력과 제동력이 우수한 타이어로 교체하면 주행 안정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그랜저 IG 하이브리드는 본질에 충실한 차다. 넓은 공간과 뛰어난 연비, 그리고 안락한 승차감이라는 핵심 가치를 모두 높은 수준으로 만족시킨다. 신차 못지않은 상품성을 갖춘 이 구형 세단이 여전히 현명한 소비로 평가받는 이유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