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가격의 10%도 안 되는 파격적인 금액에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750만 원이라는 숫자 뒤에 숨은 몇 가지 조건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마세라티 기블리의 중고차 가격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2023년 말 단종 소식이 전해진 이후, 한때 1억 원에 육박하던 이 이탈리아 세단이 이제는 1,000만 원 아래 매물로도 등장했다. 출고가 9,820만 원부터 시작했던 차량이 최저 750만 원에 거래될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 파격적이다.
실제로 현재 중고차 시장에는 기블리 매물 193대가 등록돼 있으며, 그중 절반이 넘는 99대가 2,000만 원 미만에 포진해 있다. 단순히 한두 개의 사고 차량이 시세를 끌어내리는 상황이 아니라는 의미다. 다만 이 숫자에는 연식과 주행거리, 그리고 유지보수라는 현실적인 조건이 따라붙는다.
가격만큼 중요한 연식과 주행거리
가장 저렴한 750만 원짜리 매물은 2014년식 3.0 디젤 모델이다. 누적 주행거리는 18만 km를 훌쩍 넘는다. ‘마세라티를 750만 원에 살 수 있다’는 사실 이면에는 10년이라는 세월과 적지 않은 주행 기록이 있는 셈이다.
조건을 조금만 바꿔도 가격은 즉시 반응한다. 주행거리를 10만 km 이하로 제한하면 최저가는 1,050만 원으로 300만 원 오른다. 만약 2020년 이후 연식으로 범위를 좁히면 최저가는 2,050만 원까지 치솟는다. 전체 매물 중앙값이 1,990만 원인 점을 고려하면, 예산을 정한 뒤 연식과 주행거리 중 우선순위를 정하는 편이 현명하다.
독일 세단보다 넓은 차폭, 주차는 괜찮을까
중고차 구매 시 엔진과 가격에만 집중하기 쉽지만, 기블리는 의외의 복병을 갖고 있다. 바로 1,945mm에 달하는 넓은 차체 폭이다. 이는 대중적인 수입 세단인 벤츠 E클래스(1,880mm)보다 65mm나 넓은 수치다.
숫자상으로는 몇 센티미터 차이지만 좁은 주차 공간을 자주 이용하는 운전자라면 체감은 완전히 다를 수 있다. 매일 차를 세워야 하는 자신의 주차 환경과 차량의 폭이 맞는지 미리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는 온라인 스펙표만으로는 알 수 없는 실사용 영역의 문제다.
저가 매물 속 디젤, 성격은 알고 사야
저가 매물에서 자주 보이는 3.0 디젤 엔진은 2019년식부터 단종돼 자연스럽게 구형 모델에 집중되어 있다. 이 엔진은 최고출력 275마력에 최대토크가 61.2kg·m에 달해 낮은 RPM에서도 강력한 힘을 낸다. 복합연비도 11.1km/L로 가솔린 모델보다 효율적이다.
반면 3.0 가솔린 모델은 출력이 350마력으로 더 높지만 연비는 7.1km/L로 낮다. 단순히 오래된 저가 트림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자신의 주행 성향과 원하는 연료 효율에 맞춰 파워트레인을 선택해야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구매 가격이 낮아졌다고 해서 부품값과 수리 공임까지 저렴해지는 것은 아니다. 기블리의 유혹적인 가격표 뒤에는 구매자가 감당해야 할 몫이 분명히 존재한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