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수요 둔화와 맞물린 역대급 감가 현상
수천만 원대 배터리 교체 비용이 중고 시세 발목 잡아
포르쉐는 중고차 시장에서 ‘감가 방어’의 상징과도 같았다. 인기 내연기관 모델은 시간이 지나도 가치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브랜드 최초의 순수 전기차 타이칸은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신차 출고 3년 만에 가격이 반 토막 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2억 원에 육박하던 차량이 7천만 원대까지 밀렸다. 여기에는 전기차 시장의 변화와 ‘배터리’라는 핵심 부품의 특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억 소리 나던 신차, 3년 만에 반 토막 난 배경
타이칸 4S 등 주요 모델의 신차 실제 출고가는 옵션을 포함해 1억 5천만 원에서 2억 원에 달했다. 그러나 현재 주요 중고차 플랫폼에서는 무사고 차량이 7천만 원에서 8천5백만 원 선에 거래된다.
불과 3년 만에 감가율이 최대 60%에 이르는 셈이다. 일반적인 수입차 감가율을 크게 웃도는 이례적인 수치다. “2억 가까이 주고 샀는데 지금은 7천만 원”이라는 한 차주의 하소연은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전기차 수요가 주춤하는 ‘캐즘’ 현상과 신형 페이스리프트 모델 출시가 맞물리며 구형 모델의 시세 하락을 부채질했다.
중고차 구매를 망설이게 만드는 배터리 리스크
타이칸의 급격한 감가 뒤에는 내연기관차에 없는 결정적 요인이 있다. 바로 고전압 배터리 교체 비용 문제다.
포르쉐는 8년 또는 16만 km의 배터리 보증을 제공한다. 하지만 보증 기간이 끝난 뒤 배터리 팩을 교체하려면 5천만 원에서 7천만 원에 달하는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차량의 남은 가치보다 수리비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중고차 구매자 입장에선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것과 같아 구매 심리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는 타이칸뿐만 아니라 앞으로 보증 기간이 만료되는 모든 프리미엄 전기차가 공통으로 마주할 과제로 지목된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