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전기차 판매 절반 차지한 EV3·EV5, 출고 대기만 최대 10개월

‘전기차는 비싸다’는 공식 깨지나… 보조금 더하면 내연기관차와 경쟁

EV5 측면 / 사진=기아


기아의 전기차를 계약하려던 소비자라면 예상 출고 기간에 고개를 갸웃했을 수 있다. 신차 가격표만큼이나 이목을 끄는 것은 대기 기간이다. 플래그십 전기 SUV인 EV9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모델을 더 오래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실제 영업점에서 안내하는 대기 기간은 모델별로 편차가 크다. 레이 EV는 10개월 이상으로 가장 길고, EV5는 약 7개월, EV3는 약 5개월이 소요된다. 반면 1억 원에 육박하는 EV9은 약 2.5개월이면 출고가 가능하다. 차가 크고 비쌀수록 빨리 받을 수 있는 역설적인 현상이다.

물론 이 대기 기간이 곧바로 인기 순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계약 물량뿐만 아니라 생산 계획과 사양별 부품 수급 상황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다. 당장 차가 필요한 소비자라면, 원하는 사양의 대기 기간을 확인하고 색상이나 옵션을 조정했을 때 출고 일정이 어떻게 바뀌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판매량 절반이 보급형, 시장 판도가 바뀌었다



긴 대기 기간의 배경에는 실제 판매량이 있다. 지난 8월 한 달간 국내에서 팔린 기아 전기차는 총 1만985대. 이 중 EV3가 3174대, EV5가 3146대로 두 모델의 합산 판매량(6320대)이 전체의 57.5%를 차지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누적 판매량을 봐도 흐름은 같다. 기아의 전체 전기차 판매량 9만6429대 가운데 EV3와 EV5가 4만7617대로 약 49.4%의 비중을 기록했다. 두 보급형 SUV가 기아의 전기차 실적 절반을 책임진 셈이다.

레이 EV 전측면 / 사진=기아


이러한 현상은 전기차 시장의 대중화와 관련이 깊다. ‘전기차는 비싸다’는 인식이 여전하지만, 내연기관 신차 가격이 꾸준히 오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을 적용한 전기차의 실구매 가격이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볼 만한 수준에 도달한 것이 수요를 견인한 핵심 배경으로 꼽힌다.

주행거리 501km보다 중요한 현실 조건들



가격과 함께 전기차 구매의 가장 큰 장벽으로 꼽혔던 주행거리 문제도 상당 부분 해소됐다. EV3 롱레인지 모델은 1회 충전 시 최대 501km(17인치 휠 기준)를 주행할 수 있어 일상용은 물론 장거리 운행에도 부족함 없는 제원을 갖췄다.

EV3 프렁크 / 사진=기아


하지만 실제 운용 환경에서는 제원상의 숫자보다 더 중요한 요소가 있다. 바로 충전 편의성이다. 전국에 충전기가 얼마나 늘었는지보다 내 집이나 직장 주차장에 충전기가 있는지, 퇴근 후 마음 편히 충전할 수 있는지가 구매를 결정하는 더 현실적인 기준이 된다.

엔진오일 교환 같은 내연기관 특유의 정비 부담이 없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이다. 그러나 전기차 역시 타이어 등 소모품 교체 비용과 보험료, 충전 요금을 고려해야 정확한 유지비를 계산할 수 있다. 결국 늘어난 판매량은 가격, 주행거리, 유지비 등 복합적인 요소를 저울질한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일상용 차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EV6 전측면 / 사진=기아


EV9 전측면 / 사진=기아


EV5 전측면 / 사진=기아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