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덤핑 관세와는 다르다’… 원산지 안 따지는 EU의 ‘세이프가드’ 조치 검토

현대차·기아 유럽 판매 20% 차지하는 하이브리드, 국내 생산 차질 우려



유럽연합(EU)이 급증하는 중국산 하이브리드차 수입을 막기 위해 칼을 빼 들었다. 그런데 그 칼날이 예상치 못한 곳으로 향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중국을 겨냥한 규제가 현대차 싼타페와 기아 쏘렌토 하이브리드 모델의 수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EU가 검토 중인 ‘세이프가드’ 조치의 독특한 작동 방식 때문이다.

이 조치는 아직 확정되거나 시행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구조상 특정 국가만 제외하기 어려워, 한국에서 생산해 유럽으로 향하는 인기 차종들이 함께 묶일 수 있는 상황이다.



중국차 잡으려다 한국차가 걸린 이유



EU가 검토하는 세이프가드는 반덤핑 관세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반덤핑 관세가 특정 국가의 ‘불공정’ 가격 책정을 문제 삼아 콕 집어 제재하는 방식이라면, 세이프가드는 특정 품목의 수입 급증으로 역내 산업이 피해를 볼 때 발동된다.

핵심은 이 조치가 원산지를 가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중국산 하이브리드차’가 아닌 ‘하이브리드차’ 수입 전체에 제한을 걸 수 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싼타페와 쏘렌토 하이브리드 역시 규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현대차와 기아의 유럽 전체 판매량에서 하이브리드 모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를 넘어선다. 주력 수출 상품이 예상치 못한 규제에 발목 잡힐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현지 생산이 유일한 해법 될까



업계에서는 유럽 현지 공장에서 하이브리드 모델 생산을 늘리는 방안을 대안으로 거론한다. 규제가 수입 물량에만 적용된다면, 현지에서 생산해 판매하는 방식은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생산 라인을 전환하는 데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투입된다. 당장 유럽으로 향하던 국내 공장의 수출 물량 조절도 불가피해진다.

만약 유럽 수출 물량이 줄어든다면, 이는 단순히 숫자의 변화로 끝나지 않는다. 국내 공장의 가동률과 고용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물론 EU의 규제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현재 검토 단계이며, 실제 어떤 차종에 어느 수준으로 적용될지는 미지수다.

결국 보호무역주의의 파고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얼마나 정교한 대응 논리를 펼치느냐가 관건이 됐다. 최종 결정이 내려지기 전, 정부와 업계의 외교적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시점이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