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가 높을수록 멀리 비춘다는 오해… 뒷좌석 사람 타거나 짐 실으면 꼭 확인해야

AUTO 모드와는 완전히 다른 기능, 잘못 쓰면 나도 상대방도 위험해진다

전조등 각도 조절 다이얼 / 기아 오너스 메뉴


운전석 좌측에는 헤드램프 모양과 함께 0, 1, 2, 3 같은 숫자가 적힌 다이얼이 있다. 대부분의 운전자는 이 다이얼을 출고 상태 그대로인 ‘0’에 두고 거의 손대지 않는다. 밝기나 조사거리를 조절하는 장치로 오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장치의 진짜 역할은 차량 무게 변화에 따른 전조등 각도 보정에 있다. 야간에 뒷좌석에 가족을 태우거나 트렁크에 짐을 가득 실었다면, 평소와 다른 상황이 벌어진다.

숫자가 높을수록 아래를 향하는 이유



탑승 인원이 늘거나 트렁크에 무거운 짐을 실으면 차량 뒤쪽이 무게로 인해 내려간다. 자연스럽게 차량 앞부분은 들리게 되고, 전조등 불빛 역시 평소보다 위쪽을 향한다. 이때 맞은편 운전자는 물론 앞차 운전자의 시야까지 방해하는 ‘민폐’가 될 수 있다.

수동식 전조등 각도 조절 장치는 바로 이 현상을 막기 위해 존재한다. 다이얼의 숫자를 높일수록 전조등 조사각이 아래로 내려가도록 설계됐다. 숫자가 클수록 더 멀리 비출 것이라는 예상과는 정반대다.

한 국산 SUV의 경우, 운전자 혼자 타거나 2명이 탑승했을 때는 0단계가 권장된다. 하지만 5명이 모두 탔을 땐 1단계, 5명 탑승에 짐까지 실었다면 2단계로 조절하는 식이다. 다만 이는 차종마다 기준이 달라 자신의 차량 취급설명서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AUTO 모드와는 역할이 완전히 다르다



일부 운전자들은 조명 스위치를 ‘AUTO’에 두면 각도까지 알아서 조절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AUTO 모드는 주변 밝기에 따라 전조등을 자동으로 켜고 끄는 기능일 뿐, 조사각을 스스로 보정하지는 않는다.

물론 일부 고급 차량에는 차체 기울기를 센서가 감지해 조사각을 자동으로 맞춰주는 ‘오토 레벨링’ 기능이 탑재된다. 이런 차량에는 수동 조절 다이얼이 아예 없다. 야간 운전이 잦다면 내 차가 수동 조절 방식인지, 자동 보정 방식인지 정도는 파악해두는 편이 좋다.

상황에 맞는 조절이 시야 확보의 핵심



반대로 눈부심을 막겠다며 평소에도 다이얼을 3단계 등 높은 숫자에 고정하는 것도 위험하다. 전조등이 지나치게 아래를 비추면 당장 눈앞의 노면은 밝아 보이지만, 정작 멀리 있는 장애물이나 도로 상황을 파악하기 어려워진다. 내 시야를 스스로 좁히는 셈이다.

이 장치는 상대 운전자를 배려하는 동시에, 나의 안전 시야를 최적으로 확보하는 기능이다. 따라서 무조건 높이거나 낮추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게 조절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야간에 승객을 많이 태우거나 무거운 짐을 실었다면 출발 전 다이얼을 확인하는 습관이 안전에 도움이 된다. 반대로 평소 혼자 운전할 때는 ‘0’에 두는 것이 가장 넓은 시야를 확보하는 방법이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