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용차 DNA 그대로… 기아가 21년 만에 선보이는 중형트럭의 정체
험지 돌파 위해 태어난 ‘한국형 유니목’, 현대 파비스와는 다르다

그랜로드의 원본인 기아 중형전술차량


“입증된 신뢰성, 완벽한 다재다능함.”

최근 기아가 특수차량 라인업에 ‘그랜로드(Granroad)’를 추가하며 내건 문구다. 단순한 마케팅 문구를 넘어, 20년 넘게 비어있던 국산 중형 상용차 시장에 던지는 출사표와 같다.

그랜로드는 기아의 군용 중형 전술차량 플랫폼을 기반으로 민수 시장을 겨냥해 개발된 다목적 트럭이다. 2023년 특허 등록을 마쳤고, 기아 특수차량 공식 사이트를 통해 그 존재가 처음 알려졌다. 아직 구체적인 제원이나 양산 계획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관련 업계의 관심이 뜨겁다.

기아 그랜로드


21년 만의 귀환 라이노의 빈자리를 채우다



기아의 중형트럭 계보는 2000년대 초반 ‘라이노(Rhino)’의 단종과 함께 사실상 끊겨 있었다. 이후 21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기아는 이 시장에 발을 들이지 않았다. 그랜로드가 실제 양산으로 이어진다면, 이는 라이노의 정신적 후속 모델이라는 상징성을 갖게 된다.

오랜 공백을 깨고 돌아온 기아가 꺼내든 카드는 바로 ‘군용차’ 플랫폼이다. 이는 상업용 차량에서 가장 중요한 내구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선택지로 풀이된다. 군용차는 극한의 환경에서도 임무를 수행해야 하므로, 설계부터 일반 상용차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안정성을 요구받기 때문이다.

군용 DNA로 완성된 한국형 유니목



기아 중형전술차량 6X6 방탄킷


기아는 그랜로드를 두고 광산, 농업, 특수 산업 현장에 최적화된 차량이라고 소개했다. 이 때문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한국형 벤츠 유니목’이라는 별명이 벌써부터 따라붙고 있다. 유니목은 험지 주파 능력과 다목적성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특수트럭의 대명사다.

그랜로드가 이 같은 기대를 받는 이유는 명확하다. 군용 중형차를 기반으로 한 견고한 섀시와 강화된 구조 안정성은 일반 도로가 아닌 험지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이는 초기 완성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운용 측면에서도 비용 효율성을 기대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강원도의 험준한 산악 지형이나 대규모 농업 현장 등에서 그랜로드의 활약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현대 파비스와 닮은 듯 다른 형제



일각에서는 그랜로드의 디자인이 현대차의 준대형 트럭 ‘파비스’와 유사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는 우연이 아니다. 그랜로드의 기반이 되는 중형 표준 차량 플랫폼 자체가 파비스를 바탕으로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차량의 성격은 완전히 다르다.

파비스가 포장도로 위 물류 운송 효율에 초점을 맞춘 차량이라면, 그랜로드는 도로 밖 환경까지 고려한 전천후 상용차에 가깝다. 4x2(후륜구동)부터 4x4, 6x6(사륜 및 육륜구동)까지 지원하는 풀 구동계 라인업과 군용 규격을 만족하는 강력한 섀시는 그랜로드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각자 다른 임무를 부여받은 셈이다.

21년의 침묵을 깨고 등장한 기아 그랜로드가 벤츠 유니목이 장악한 특수 목적 차량 시장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