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 car’로 불리던 시절, 불과 3년 전 이야기
EV6부터 쏘렌토까지, 로고를 성공으로 이끈 일등 공신들

스포티지 / 기아


지난 2021년 초, 기아가 새로운 로고를 공개했을 때 시장의 반응은 기대보다 당혹감에 가까웠다. ‘기아자동차’에서 ‘자동차’를 떼고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했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바뀐 로고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새 로고를 보고 어느 나라 차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이어졌고, 급기야 ‘KN’이라는 새로운 브랜드로 오해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속출했다. 실제로 2022년까지 ‘KN car’라는 검색어는 매달 수만 건씩 검색될 정도로 대중의 혼란은 상당했다. 변화의 방향성은 뚜렷했지만, 인식의 속도는 이를 따라오지 못했다. 당시만 해도 기아의 과감한 선택이 성공으로 이어질 것이라 확신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로고에 담긴 거대한 비전



쏘렌토 / 기아


기아의 새 로고는 단순한 디자인 변경이 아니었다. 303대의 드론을 동원해 기네스북 기록을 세우며 화려하게 공개된 이 로고에는 ‘균형’, ‘리듬’, ‘상승’이라는 브랜드의 철학이 담겨 있었다. 이는 기존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 전기차와 목적 기반 차량(PBV)을 아우르는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플랜 S’ 전략의 핵심 상징물이었다.

하지만 이 거대한 비전은 선언만으로 대중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브랜드의 가치는 결국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결과물로 증명되어야 했다. 기아에게는 새로운 로고에 걸맞은 확실한 실체가 필요했고, 시장은 여전히 반신반의하며 이 실험적인 시도를 지켜볼 뿐이었다.

조롱을 환호로 바꾼 EV6와 EV9



기아 구형 로고 / 온라인 커뮤니티


싸늘했던 분위기를 단번에 바꾼 결정적 계기는 전용 전기차 EV6의 등장이었다. 새로운 기아 로고를 달고 나타난 EV6는 디자인과 성능 모든 면에서 기존 기아의 이미지를 완벽하게 뒤집어 놓았다. 출시와 동시에 ‘유럽 올해의 차’를 수상하며 글로벌 시장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기아의 새 로고에 ‘첨단’과 ‘혁신’이라는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덧씌웠다.

이후 등장한 대형 전기 SUV EV9 역시 ‘세계 올해의 차’를 포함한 주요 글로벌 어워드를 휩쓸며 존재감을 확실히 했다. 이 시점부터 ‘KN car’라 불리던 로고는 더 이상 조롱의 대상이 아닌, 놀라운 변화의 상징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이 로고를 어색하게 느끼지 않게 된 이유는, 그 로고가 붙은 자동차들이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숫자가 증명한 로고의 진짜 가치



EV9 / 기아


기아의 성공은 전기차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새로운 로고를 단 내연기관 모델들 역시 연이어 흥행에 성공했다. 신형 스포티지는 2024년 기아 글로벌 최다 판매 모델로 올라섰고, 쏘렌토는 국내 중형 SUV 시장의 절대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카니발 또한 ‘아빠차’라는 한정된 이미지를 벗고 미국 시장에서까지 인기를 끌며 브랜드 저력을 과시했다.

결과는 숫자로 명확하게 드러났다. 기아는 리브랜딩 이후 매년 글로벌 판매 신기록을 경신했고, 2023년에는 연간 판매 300만 대라는 상징적인 고지를 넘어섰다. 세계적인 브랜드 컨설팅 업체 인터브랜드가 발표하는 ‘글로벌 100대 브랜드’ 가치 역시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며 변화가 외형에 그치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낯설고 불친절하다는 평가를 받던 로고는 이제 기아 혁신의 상징이 됐다. 과감한 도전과 이를 뒷받침하는 압도적인 제품 경쟁력이 만났을 때 브랜드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기아는 ‘KN car’라 불리던 로고로 똑똑히 증명해냈다.

기아 신형 로고 / 기아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