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와 고금리에도 신차 수요는 여전하지만, 선택의 기준은 완전히 달라졌다.
디자인보다 가격, 감성보다 실용성을 따지는 소비자들이 압도적으로 선택한 차종의 정체.

코나 견적 페이지 / 네이버 캡처


경기 침체와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신차 구매를 망설이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10명 중 6명은 특정 차종을 선택하며 지갑을 열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실용성을 앞세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왜 소비자들은 세단 대신 SUV로 몰리는지 자세히 들여다보자.

대세가 된 SUV, 세단은 뒷전으로



차봇모빌리티가 최근 신차 구매 예정자 4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는 현재 시장의 흐름을 명확히 보여준다. 응답자의 62.8%가 SUV를 희망 차종으로 선택했다. 구체적으로 중형 및 대형 SUV가 38.6%로 가장 높은 선호를 보였고, 준중형 SUV가 24.2%로 그 뒤를 이었다.

장기렌트카 / 렌터스


반면, 한때 ‘국민차’의 상징이었던 중형 및 대형 세단을 선택한 응답자는 24.5%에 불과했다. 이는 넓은 실내 공간과 다양한 활용성을 갖춘 SUV가 더 이상 특정 취향을 위한 차가 아니라, 가장 보편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지로 자리 잡았음을 의미한다. 특히 가족 단위 이동이 잦은 30대에서 중·대형 SUV 선호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친환경도 현실적으로, 하이브리드의 약진



친환경차에 대한 높은 관심 속에서도 소비자들의 선택은 현실을 비껴가지 않았다. 전기차(30.0%)와 하이브리드차(29.2%)의 선호도는 비슷하게 나타났지만, 연령대별로 접근 방식에 차이를 보였다. 특히 60대 이상 응답자 사이에서는 하이브리드 선호도가 45.2%에 달하며 전기차를 압도했다.

팰리세이드 / 현대자동차


이는 전기차의 충전 인프라 부족과 비싼 가격이라는 현실적인 장벽 앞에서, 기존 내연기관차의 편의성은 유지하면서 연비 개선 효과를 누릴 수 있는 하이브리드가 더 합리적인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친환경이라는 가치 역시 당장의 편의성과 비용 효율성을 넘어설 수는 없었다.

가격이 왕, 5천만 원의 보이지 않는 벽



현재 신차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단연 ‘가격’이다. 설문 응답자의 66.8%가 차량 구매 시 가격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고 답했다. 연비 및 유지비(53.8%), 성능(52.7%)이 뒤를 이었으며, 과거 중요한 기준이었던 디자인이나 브랜드 이미지는 후순위로 밀려났다.

쏘렌토 하이브리드 / 기아


구매 예산 범위는 더욱 현실적이다. 전체 응답자의 약 74%가 3000만 원에서 5000만 원 미만 가격대의 차량을 고려하고 있었다. 구체적으로는 5000만~6000만 원 미만(22.7%), 4000만~5000만 원 미만(22.4%) 순으로, 5천만 원이 심리적 저항선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차체는 커졌지만, 지출에 대한 기준은 오히려 더 보수적으로 변했다.

자동차 구매는 곧 금융 상품 선택



구매 방식에서도 소비자들의 달라진 인식이 드러난다. 신차 할부를 이용하겠다는 응답이 46.2%로 가장 많았고, 현금 일시불은 27.1%에 그쳤다. 자동차를 단순히 소유물이 아닌, 장기간에 걸쳐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금융 상품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K8 / 기아


금융 상품 선택 시 가장 중요한 기준은 단연 ‘낮은 금리’(78.3%)였다. 월 납입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계약 기간을 5년 이상으로 길게 설정하려는 경향도 강하게 나타났다. 결국 2026년 신차 시장의 승패는 뛰어난 성능이나 화려한 디자인이 아닌, 소비자의 현실적인 부담을 얼마나 낮춰줄 수 있느냐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