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컨슈머리포트, ‘충돌 회피 능력’ 중심으로 안전 패러다임 전환 예고
덩치 큰 SUV는 더 위험?…안전의 대명사 볼보마저 최고 등급 놓친 이유
이번 평가는 단순히 사고 시 탑승자를 얼마나 잘 보호하는지를 넘어, 첨단 기술을 이용해 ‘충돌 자체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피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췄다. 90년에 걸친 CR의 안전 연구 데이터가 집약된 이 새로운 기준은 앞으로 소비자들이 ‘안전한 차’를 고르는 방식을 완전히 바꿔놓을 전망이다.
새로운 왕좌에 오른 스바루, ‘충돌 회피’가 핵심
새로운 평가 시스템의 첫 번째 왕관은 의외의 주인공인 ‘스바루 포레스터’에게 돌아갔다. CR은 충돌 테스트 결과는 기본이고, 모든 트림에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이 기본으로 탑재되었는지, 심지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조작이 운전 중 얼마나 직관적인지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했다.
최고 등급인 ‘베스트’를 받으려면 고속 자동 긴급 제동, 사각지대 감지, 후방 교차 충돌 경고 기능이 전 트림에 기본 사양이어야 한다. 단 하나라도 옵션으로 빠져있다면 최고 등급을 받을 수 없다. 이는 안전이 더 이상 비싼 차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CR의 강력한 메시지로 읽힌다.
안전의 상징 볼보는 왜 최고 등급을 놓쳤나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안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인 볼보가 최상위 등급을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유는 다름 아닌 ‘복잡한 터치스크린’ 때문이었다. CR은 볼보의 중앙 터치스크린을 통한 제어 방식이 지나치게 복잡해 운전자의 주의를 분산시킬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주행 중 공조 장치나 오디오를 조작하기 위해 여러 단계의 메뉴를 거쳐야 하는 방식이 오히려 새로운 안전 위협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자동차의 안전성이 이제는 물리적인 튼튼함을 넘어 디지털 사용 경험(UX)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덩치 큰 SUV와 픽업트럭의 굴욕
국내외에서 꾸준히 인기를 끄는 대형 SUV와 픽업트럭은 아예 이번 순위에서 제외되는 수모를 겪었다. CR은 무거운 차량일수록 제동 거리가 길어지고, 긴급 상황에서 장애물을 피하는 회피 기동 능력이 떨어지는 물리적 한계를 명확히 했다.
이는 ‘큰 차가 더 안전하다’는 통념에 정면으로 반하는 결과다. 물론 충돌 시에는 물리 법칙에 따라 무거운 차가 유리할 수 있지만, CR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능동적 안전’의 중요성을 더욱 높게 평가한 것이다.
제네시스 웃고 토요타 울었다, 엇갈린 신뢰도 평가
안전 등급과 함께 발표된 브랜드 신뢰도 평가에서는 희비가 엇갈렸다. 제네시스는 마쓰다, 아큐라와 함께 최상위권을 형성하며 높은 품질과 내구성을 인정받았다. 현대차와 혼다 역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반면 ‘신뢰의 아이콘’으로 불리던 토요타와 렉서스는 중위권으로 밀려나는 이변을 낳았다. CR은 하이브리드 라인업의 급격한 확장과 새로운 전자 장비 도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하락의 원인으로 분석했다. 이제 자동차의 신뢰도는 기계적 완성도뿐만 아니라 복잡한 전자 시스템의 안정성에 의해 좌우되는 시대가 왔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