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보조금 폐지 후폭풍, 현대·기아 수출 직격탄

전기차 대신 하이브리드로 선회하는 시장, 국내 업계의 생존 전략은?

테슬라모델Y / 사진=테슬라


한때 폭발적인 성장의 상징이었던 미국 전기차 시장에 갑작스러운 한파가 몰아닥쳤다. 최대 1,000만 원에 달하던 정부 보조금 혜택이 사라지자 소비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은 탓이다. 이 여파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 전반으로 퍼져나가며, 특히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았던 국내 완성차 업계에 수출 감소라는 즉각적인 충격을 안기고 있다.

이는 단순히 판매량 감소를 넘어, 전동화 시대로의 전환 속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전기차 중심의 시장 재편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업계는 새로운 생존 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기로에 섰다. 과연 국내 자동차 업계는 이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보조금 사라지자 얼어붙은 시장



S&P글로벌모빌리티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내 신규 전기차 등록 대수는 약 127만 대로, 전년 대비 약 2% 감소했다. 같은 기간 미국 전체 자동차 판매가 2.2% 증가한 것과 대조적인 흐름이다. 지난 10년간 꾸준히 성장해 온 전기차 시장이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시장이 받은 충격은 상당하다.

감소 폭은 보조금 혜택이 완전히 사라진 지난해 10월 이후 더욱 가팔라졌다. 특히 12월 등록 대수는 전년 같은 달과 비교해 48%나 급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높은 차량 가격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구매를 미루거나, 현실적인 대안으로 하이브리드 차량을 선택한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수출 전선에 직격탄 맞은 현대·기아



미국 시장의 냉각은 곧바로 국내 업계의 수출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수출은 2023년 34만 6,880대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로 전환했다. 전체 실적 하락의 주된 원인은 단연 미국으로의 수출 급감이다.

한때 전체 전기차 수출의 35%를 차지했던 미국 시장의 비중은 4.6%까지 곤두박질쳤다. 이로 인해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 전기차 시장 판매 순위에서 2위 자리를 내주고 3위로 밀려났다. 보조금 정책 변화가 국내 기업의 실적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 대표적인 사례로, 북미 시장 전략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기차 빈자리 하이브리드가 채운다



전기차 시장의 둔화는 스텔란티스, 혼다 등 세계적인 자동차 제조사들도 피하지 못한 과제다. 하지만 위기 속에서 기회도 엿보인다. 바로 하이브리드 모델의 약진이다. 국내 자동차 업계는 하이브리드를 새로운 돌파구로 삼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1월, 미국 시장에서 역대 최대 판매 실적을 기록했는데, 그 중심에는 하이브리드 차량이 있었다.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량은 전년 같은 달 대비 65.7%나 급증하며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전기차 시장의 정체가 장기화될수록, 단기적으로는 하이브리드 중심의 전략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