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년 출시 목표였던 순수 전기차 ‘란자도르’ 계획 전면 백지화 선언.
“감성 부족” 지적하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로 전략 급선회한 진짜 이유.
슈퍼카의 대명사 람보르기니가 순수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에 급제동을 걸었다. 2028년 야심 차게 선보일 예정이었던 브랜드 최초의 순수 전기차 ‘란자도르’ 출시 계획을 사실상 백지화한 것이다.
이 과감한 결정의 배경에는 ‘고객의 외면’, ‘브랜드 정체성’, 그리고 ‘냉정한 시장 현실’이라는 세 가지 핵심 이유가 자리 잡고 있다. 대체 V12 엔진의 포효를 사랑하는 고객들에게서 어떤 목소리가 나왔기에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일까.
엔진 없는 슈퍼카 고객들은 원치 않았다
스테판 윙켈만 람보르기니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란자도르의 양산 계획이 당분간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우리 고객층에서 전기차에 대한 수용 곡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직설적으로 밝혔다.
이는 럭셔리 슈퍼카 시장에서 전기차 수요가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을 인정한 것이다. 윙켈만 CEO는 “람보르기니 고객들은 차에서 ‘감정적인 경험’을 원한다”며 현재의 전기차 기술로는 내연기관 특유의 엔진 사운드나 진동 같은 감성적 연결을 제공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자칫 전기차 개발이 ‘비싼 취미’가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전기차 대신 하이브리드 현실적인 대안
그렇다고 람보르기니가 전동화 흐름에 완전히 역행하는 것은 아니다. 순수 전기차 출시를 보류하는 대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라인업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이미 V12 엔진과 3개의 전기모터를 결합한 ‘레부엘토’ 같은 고성능 하이브리드 모델을 성공적으로 선보이며 단계적인 전동화를 진행 중이다. 윙켈만 CEO는 “절대 안 한다고는 말하지 않겠다(Never say never)”면서도 “적절한 시기가 올 때까지는 PHEV를 중심으로 갈 것”이라며 당분간 내연기관의 가치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 부는 EV 속도 조절론
람보르기니의 이번 결정은 최근 글로벌 완성차 업계 전반에 부는 전기차 속도 조절론과 궤를 같이한다. 전기차 수요 둔화가 현실화되면서 스텔란티스, GM, 포드 등 주요 제조사들이 잇따라 전기차 생산 계획을 축소하거나 연기하고 있다.
특히 ‘엔진 사운드’와 ‘기계적 감성’이 브랜드의 핵심 가치로 여겨지는 고성능 슈퍼카 시장에서는 전기차로의 전환이 더욱 더딜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페라리 등 경쟁 브랜드 역시 순수 전기차 출시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람보르기니의 선택은 ‘시대의 흐름은 따르되, 브랜드의 심장은 지킨다’는 현실적인 타협안으로 해석된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