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의 플래그십 세단 2026년형 K9 출시, 기본기 보강에 집중
합리적인 가격 앞세워 제네시스 G80 수요층 흡수할까
2026년 2월의 마지막 주말, 국산 대형 세단 시장에 조용한 파문이 일었다. 기아가 플래그십 세단 ‘2026년형 K9’을 선보인 것이다. 화려한 신차 발표회 없이 등장한 이번 모델은 완전한 세대교체가 아닌, 내실을 다지는 연식 변경에 가깝다. 하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브랜드의 명성보다 실질적인 가치를 중시하는 현명한 소비자들이 왜 K9을 꾸준히 선택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해답이 담겨 있다. 대폭 강화된 기본 사양, 소비자의 고민을 덜어주는 명료한 트림 구성, 그리고 경쟁 모델을 압도하는 가격 정책이 그 핵심이다.
시작부터 플래그십의 품격을 담다
이번 연식 변경의 가장 큰 변화는 ‘엔트리 트림의 고급화’ 전략에서 찾을 수 있다. 시작 가격이 5,949만 원인 플래티넘 트림부터 12.3인치 슈퍼비전 디지털 클러스터가 기본으로 탑재된다. 이는 운전자에게 선명하고 다채로운 주행 정보를 제공하며, 실내 분위기를 한층 더 미래적으로 만든다. 과거 상위 트림에서나 볼 수 있었던 고급 사양을 시작점부터 적용함으로써, ‘옵션 장난’ 없이도 플래그십 세단의 격을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9-에어백 시스템, 전방 충돌방지 보조,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등 핵심 주행 보조 시스템(ADAS) 역시 전 트림 기본으로 적용해 안전성 측면에서도 타협하지 않았다.
고민은 줄이고 만족감은 높이고
복잡했던 옵션 구성도 소비자를 위해 한결 간결해졌다. 고객 선호도가 높은 사양들을 묶은 ‘VIP 컬렉션’ 옵션을 257만 원의 단일 구성으로 단순화했으며, ‘베스트 셀렉션 I’ 트림 이상에서는 운전석과 동승석에 에르고 모션 시트가 포함된 ‘시트 컨비니언스 패키지’가 기본으로 제공된다. 장거리 운전 시 피로를 덜어주는 이 기능은 K9이 추구하는 안락함의 정수를 보여준다.
또한 상위 트림인 마스터즈부터는 전방 노면을 미리 감지해 서스펜션의 감쇠력을 조절하는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서라운드 뷰 모니터 등 운전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기능들이 기본 사양으로 자리 잡았다. 이는 소비자가 복잡한 옵션표 앞에서 고민하는 시간을 줄이고, 어떤 트림을 선택하든 높은 만족감을 얻을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한 결과다.
제네시스 G80과 비교되는 진짜 가치
2026년형 K9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역시 가격 경쟁력이다. 3.8 가솔린 플래티넘 트림이 5,949만 원부터 시작하는데, 이는 직접적인 경쟁 상대로 꼽히는 제네시스 G80의 시작 가격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K9은 G80보다 한 체급 위인 G90에 가까운 전장(5,140mm)과 휠베이스(3,105mm)를 갖춰 훨씬 여유로운 실내 공간을 제공한다.
V6 3.8 자연흡기 엔진과 3.3 트윈터보 엔진으로 구성된 파워트레인은 부드러우면서도 강력한 주행 성능을 보장한다. 단순히 저렴한 차가 아니라, 넉넉한 공간과 정숙성, 풍부한 편의 사양이라는 대형 세단의 본질적 가치를 가장 합리적인 가격에 누릴 수 있다는 점이 K9의 핵심 매력이다. 과시적인 소비보다 실리를 추구하는 이들에게 이보다 더 나은 선택지를 찾기 어렵다.
K9은 시장에서 ‘성공의 상징’으로 통하는 독일 3사나 제네시스 G90과 정면으로 경쟁하지 않는다. 대신, 브랜드의 후광에 큰 비용을 지불하기보다 자동차 본연의 가치와 안락함을 우선시하는 합리적인 부유층을 정조준한다. 화려하게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조용한 카리스마로 묵직한 존재감을 발산하는 차. 이번 2026년형 K9은 이러한 모델의 정체성을 더욱 강화하며, ‘아는 사람만 아는 진짜 명차’로서의 입지를 더욱 굳건히 다질 것으로 보인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