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수입차 시장은 하이브리드가 이끌었지만, 진짜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BMW와 벤츠가 양분하던 시장에 테슬라가 3위로 뛰어오르며 본격적인 3파전 구도를 형성했다.

쏘나타 하이브리드 /사진=현대월드와이드


2025년 국내 수입차 시장이 2년 만에 30만 대 고지를 탈환하며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단순히 판매량이 늘었다는 것만으로는 이 시장의 변화를 설명하기에 부족하다. 표면적으로는 하이브리드 차량이 성장을 견인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서는 전기차를 앞세운 한 브랜드의 약진과 새로운 경쟁자들의 등장이 예고되며 지각변동이 시작되고 있다. 과연 수입차 시장의 권력 구도는 어떻게 재편되고 있는가.

여전히 굳건한 하이브리드의 벽



지난해 등록된 수입차 30만7377대 중 하이브리드 모델은 17만4218대로, 무려 56.7%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는 수입차 시장의 주도권이 완전히 하이브리드로 넘어왔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다.
업계 전문가들은 전기차의 높은 가격과 부족한 충전 인프라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하이브리드를 선택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내연기관의 익숙함과 전기차의 효율성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는 점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반면 한때 수입차의 상징이었던 디젤 차량은 3394대 판매에 그치며 전체의 1.1%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시대의 흐름이 완전히 바뀌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BYD 돌핀 / 사진=BYD


판을 뒤흔든 조용한 강자, 테슬라



하이브리드가 시장의 양적 성장을 이끌었다면, 질적 변화의 중심에는 테슬라가 있었다. 테슬라는 2025년 한 해 동안 5만9916대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101.4%라는 경이적인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로써 BMW(7만7127대), 메르세데스-벤츠(6만8467대)에 이어 당당히 수입차 브랜드 3위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모델 Y’는 단일 모델만으로 3만7925대가 팔리며 연간 판매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합리적인 가격 정책과 강력한 브랜드 파워가 시너지를 내면서,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가 양분하던 견고한 시장 구도에 균열을 낸 것이다. 이는 전기차 시대가 더 이상 미래가 아닌 현실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2026년, 진짜 전쟁은 지금부터



테슬라 모델 Y / 사진=테슬라


테슬라의 급부상에 위기감을 느낀 전통의 강자들도 반격에 나선다. 2026년 수입차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전동화 신차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BMW는 올 3분기 전기 SUV ‘iX3’를 국내에 선보이며 라인업 강화에 나선다. 대용량 배터리와 개선된 급속 충전 기능을 앞세워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상반기 전기 세단 CLA, 하반기 전기 SUV GLC를 연달아 출시하며 맞불을 놓는다. 테슬라도 주행거리를 대폭 늘린 ‘모델 3 롱레인지 RWD’ 모델로 수성에 나설 채비를 마쳤다.

가격 경쟁력 앞세운 중국의 공습



기존 강자들의 경쟁에 더해, 중국 브랜드의 본격적인 국내 시장 진출은 또 다른 변수다. BYD는 올 상반기 2000만 원대 가격의 소형 전기 해치백 ‘돌핀’을 출시하며 가성비를 무기로 대중 시장을 정조준한다.
지리자동차그룹의 프리미엄 브랜드 지커 역시 중형 SUV ‘7X’를 통해 국내 소비자들에게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이들의 등장은 프리미엄 브랜드 중심의 경쟁 구도를 넘어, 시장 전체의 가격 재편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2026년 수입차 시장은 전통 강자와 신흥 강자, 그리고 새로운 도전자들이 뒤엉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격전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