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의 넓은 공간과 세단의 정숙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단순히 조용한 차가 아니다, 르노가 NVH와 하이브리드에 진심인 이유
5월의 따스한 햇살 아래, 패밀리카 시장의 강자 쏘렌토와 팰리세이드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단순히 크고 강력한 차가 아닌, 새로운 가치를 내세운 경쟁자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르노코리아의 ‘필랑트’는 시끄러운 숫자 경쟁 대신 ‘정숙성’, ‘승차감’, 그리고 ‘효율’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운다.
이는 기존 SUV의 단단한 주행감과 소음에 지친 소비자들에게 던지는 새로운 질문과도 같다. 과연 필랑트는 어떤 무기로 가족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는 것일까.
필랑트의 핵심은 ‘크로스오버’라는 장르를 가족 중심으로 재해석한 데 있다. SUV 수준의 넓은 공간을 제공하면서도, 장거리 주행에서는 세단에 가까운 안락함을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이것은 두 가지 장점을 모두 취하려는 영리한 전략이다.
만약 당신이 주말마다 장거리 이동으로 지친 가족의 표정을 본 경험이 있다면, 필랑트의 접근 방식은 더욱 흥미롭게 다가온다. 아이나 반려동물이 탑승했을 때의 편안함까지 고려한 설계는 이 차의 지향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SUV인데 왜 세단처럼 편안할까
단순히 부드럽기만 한 차는 아니다. 필랑트의 편안한 승차감은 정교한 기술의 결과물이다. 노면 상황에 따라 충격 흡수 능력을 조절하는 ‘주파수 감응형 댐퍼’가 대표적이다.
이 기술 덕분에 과속방지턱이나 요철 구간은 부드럽게 넘어가고, 고속도로에서는 차체를 안정적으로 잡아준다. 여기에 최적화된 서스펜션 세팅과 차체 구조가 더해져 불필요한 진동 유입을 최소화했다. 운전자뿐만 아니라 동승자 모두가 만족할 만한 주행 질감을 만들어낸 것이다.
소음과의 전쟁, 르노의 비장의 무기는
정숙성에 대한 집착은 놀라울 정도다. 필랑트는 엔진룸과 하체 등 차체 주요 부위에 흡차음재를 아낌없이 적용해 외부 소음 유입의 1차 방어선을 구축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중 접합 차음 유리가 풍절음과 같은 고주파 소음을 걸러내고, 실내에서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 기술이 주행 중 발생하는 불쾌한 소음을 상쇄시킨다. 조용한 실내는 장거리 운행 시 탑승자의 피로도를 획기적으로 낮추는 핵심 요소다.
연비 15.1km/L,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
필랑트의 심장은 듀얼 모터 기반의 E-테크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다. 공인 복합연비 15.1km/L라는 수치는 패밀리카 유지비 부담을 덜어주는 매력적인 요소다.
하지만 이 시스템의 진가는 효율 그 이상에 있다. 도심 주행의 최대 75%를 전기모터 중심으로 구동해 정체 구간에서도 조용하고 부드러운 주행이 가능하다. 엔진 개입 시의 이질감을 최소화한 멀티모드 변속기 역시 편안한 승차감에 기여하는 숨은 공신이다.
아직 가격이나 구체적인 제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필랑트가 제시하는 방향성은 명확하다. 오픈R 파노라마 디스플레이와 헤드레스트 일체형 라운지 시트 같은 실내 구성 역시 탑승자의 편안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필랑트는 출력이나 크기 같은 숫자로 경쟁하는 대신,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의 ‘질’을 높이는 데 집중한다. SUV의 실용성과 세단의 안락함, 하이브리드의 효율성을 모두 원하는 소비자에게 필랑트는 거부하기 힘든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최종 판단은 모든 정보가 공개된 후에 내려야겠지만, 패밀리카 시장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