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 상위 5개 모델 중 3개가 중국산, 단순한 저가 공세가 아니었다.
성능까지 잡은 ‘반값 전기차’의 등장, 국내 시장 판도에도 영향을 미칠까.
5월의 쾌청한 날씨와 함께 전기차 시장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누구나 테슬라를 떠올리지만, 시장의 지형도는 소리 없이 격변하는 중이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가격 경쟁력’과 ‘의외의 성능’, 그리고 무섭게 치솟는 ‘시장 점유율’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가 자리 잡고 있다. 과연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헤게모니는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전기차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소비자들의 선택지는 더욱 다양해졌다. 하지만 실제 판매량은 소수의 특정 모델에 집중되는 현상이 뚜렷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최근 보고서는 이러한 쏠림 현상을 명확히 보여준다. 작년 한 해 전 세계에서 판매된 순수 전기차(BEV) 5대 중 1대는 단 5개 모델 중 하나였다.
테슬라 독주 체제, ‘가격’이 균열을 만들다
예상대로였을까. 판매량 1위는 테슬라 모델 Y가 굳건히 지켰다. 전 세계 순수 전기차 판매량의 약 8%를 차지하며 여전한 인기를 과시했다. 테슬라 모델 3 역시 3.6%의 점유율로 뒤를 이었다. 문제는 그다음 순위부터다. BYD ‘시걸’, 지리자동차 ‘지오메 싱위안’, 우링 ‘홍광 미니 EV’ 등 낯선 이름의 중국 전기차들이 나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이들의 가장 큰 무기는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이다. BYD 시걸은 약 8,000달러(약 1,100만 원), 우링 홍광 미니 EV는 6,500달러(약 900만 원) 수준에서 시작한다. 국내 경차 가격보다도 저렴한 수준에 전기차를 소유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보조금 없이도 충분히 매력적인 가격대다.
저렴하지만 성능까지, 편견을 깨는 중국 전기차
단순히 싸기만 한 차라는 편견은 금물이다. 과거의 ‘메이드 인 차이나’와는 결이 다르다. BYD 시걸은 38kWh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해 중국 CLTC 기준 최대 405km의 주행거리를 인증받았다. 이는 일상적인 주행 환경에서는 전혀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다. 지리 싱위안 역시 비슷한 성능을 제공한다.
미국에서 약 4만 달러부터 시작하는 테슬라 모델 Y와 비교하면 ‘반값’도 안 되는 가격에 실용적인 성능을 확보한 셈이다. 도심 출퇴근이나 단거리 이동이 주목적이라면 굳이 수천만 원 더 비싼 전기차를 고집할 이유가 점차 사라지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내에서 판매되는 플러그인 차량의 약 30%가 2만 달러 이하 가격대를 형성하며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
이제 전기차 시장의 경쟁은 첨단 기술이나 극한의 성능을 넘어 ‘가격 접근성’이라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IEA는 2020년 약 440종에 불과했던 전 세계 플러그인 차량 모델 수가 올해 980종을 넘어섰고, 2029년에는 1,250종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동남아시아와 같은 신흥 시장에서는 저렴한 중국산 전기차가 폭발적인 성장세를 견인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브랜드들이 초저가 전략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의 판을 빠르게 흔들고 있다”라며 “단순한 성능 경쟁을 넘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전기차를 경험하게 할 수 있느냐가 시장의 핵심 변수가 되었다”고 분석했다. 테슬라가 열었던 전기차 시대의 패러다임이 중국의 ‘가성비’ 공세 앞에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