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스로이스 컬리넌과는 다른 길, 3억 원대 초호화 SUV가 운전석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W12 엔진을 과감히 버리고 선택한 V8 심장, 단순한 다운사이징이 아닌 새로운 전략의 시작이다.

출처 : bentleymotors
5월의 맑은 날씨, 교외로 드라이브를 떠나고 싶은 계절이다. 이런 날 어울리는 차로 흔히 스포츠카를 떠올리지만, 3억 원이 넘는 거대한 SUV가 그 자리를 넘보고 있다. 벤틀리의 벤테이가 스피드가 그 주인공이다. 이 차는 단순한 부의 상징을 넘어 오너에게 직접 운전석에 앉으라고 속삭인다. 강력한 V8 엔진과 스포츠카에 버금가는 성능을 앞세워서다. 어째서 벤틀리는 쇼퍼드리븐의 상징과도 같은 초호화 SUV에 이런 변화를 시도한 것일까.

벤틀리 벤테이가는 초호화 SUV 시장의 문을 연 모델로 평가받는다. 2015년 첫 등장 이후 롤스로이스 컬리넌, 람보르기니 우루스 등 경쟁자들이 뛰어드는 계기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더 뉴 벤테이가 스피드’는 기존의 문법을 따르지 않는다. 뒷좌석의 편안함보다 운전자가 쥐게 될 스티어링 휠의 감각에 집중한다. 국내 공식 판매 가격은 3억 3,300만 원부터 시작한다. 이 가격표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선 특별한 경험을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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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12를 버린 V8 엔진, 숫자는 줄었는데 더 빨라졌다?

기존 6.0리터 W12 엔진에 익숙했던 이들에게 4.0리터 V8 트윈터보 엔진의 등장은 의아할 수 있다. 배기량과 실린더 수가 줄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능은 오히려 예상을 뛰어넘는다.
새로운 심장은 최고출력 650마력(PS), 최대토크 86.7kg·m(850Nm)의 강력한 힘을 뿜어낸다.

덕분에 거대한 차체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3.6초에 불과하다. 이는 이전 W12 모델의 3.9초보다 0.3초나 단축된 기록이다. 최고속도는 310km/h에 달해, 웬만한 슈퍼카를 위협하는 수준이다. 벤틀리는 단순히 엔진을 바꾼 것이 아니라 무게 배분과 반응성까지 세밀하게 조율해 더 날카로운 주행 감각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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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함 속 반항적 배기음, 운전석의 즐거움은 어디까지일까

벤테이가 스피드의 진정한 매력은 주행 모드를 바꿀 때 드러난다. 컴포트 모드에서는 영락없는 벤틀리 특유의 고요하고 안락한 주행감을 보인다. 하지만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는 순간, 이 SUV는 숨겨둔 발톱을 드러낸다.
댐퍼는 15% 더 단단해지고, V8 엔진은 잠재웠던 야수성을 토해낸다.

저속에서는 묵직한 저음이 깔리지만,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귀족적인 겉모습과 어울리지 않는 반항적인 배기음이 실내를 파고든다. 벤틀리는 코너링 성능도 놓치지 않았다. 안쪽 바퀴에 제동을 걸어 민첩한 선회를 돕는 토크 벡터링 시스템과 다이내믹 ESC를 탑재해 운전의 재미를 극대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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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실내는 장인 정신이 깃든 벤틀리의 공간 그대로다. 스피드 모델 전용 다이아몬드 퀼팅 시트와 고객이 직접 선택하는 원목, 가죽 소재는 이 차의 격을 증명한다. 트렁크 용량은 5인승 기준 484리터로 실용성도 갖췄다.

더 뉴 벤테이가 스피드는 모두를 위한 차가 아니다. 3억 원을 훌쩍 넘는 가격과 유지비를 감당할 수 있는 소수만을 위한 모델이다. 하지만 이 차가 보여주는 방향성은 명확하다.

초호화 SUV는 더 이상 뒷좌석 회장님만을 위한 차가 아니라는 선언이다. 운전대를 직접 잡고 V8 엔진의 고동을 느끼고 싶은, 성공한 이들의 또 다른 운전 욕망을 정조준한다. 벤테이가 스피드는 가장 우아한 방식으로 운전자를 자극하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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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