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의 실수’ 열풍 뒤에 숨겨진 거대한 적자 구조
샤오미는 왜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이 사업을 포기하지 못하는 걸까
5월의 화창한 날씨만큼이나 중국 전기차 시장이 뜨겁다. 그 중심에는 ‘대륙의 실수’로 불리는 샤오미가 있다. 스마트폰에 이어 자동차 시장까지 뒤흔들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아무도 예상치 못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높은 판매량이 오히려 독이 되는 기이한 현상이다.
이 현상의 배경에는 감당하기 힘든 ‘적자 구조’와 극심한 ‘가격 경쟁’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럼에도 샤오미는 왜 이 길을 고집하는 걸까.
한 대에 840만 원 손실,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가
단순한 성장통으로 보기에는 손실 규모가 심상치 않다. 샤오미가 공개한 올해 1분기 실적은 화려함과 암울함이 공존한다. 전기차 사업 부문에서만 무려 8만 856대를 판매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매출은 약 199억 위안(약 3조 8000억 원)에 달했다.
문제는 그 이면에 숨겨진 영업손실이다. 같은 기간 전기차 사업에서만 약 31억 위안, 우리 돈으로 6200억 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했다. 이를 판매량으로 단순 계산하면, 차량 한 대를 팔 때마다 약 5600달러(약 840만 원)의 손해를 본 셈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당 손실액이 약 900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적자 폭이 6배 이상 급증했다.
가격 경쟁이 부른 출혈, 모두가 공멸하는 게임
이러한 기형적인 구조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업계 전문가들은 샤오미의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한다. 현재 샤오미 전기차의 평균 판매 가격은 약 23만 5000위안, 한화로 5,200만 원 수준이다. 성능 대비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중국 전기차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에 가깝다. BYD를 필두로 수많은 브랜드가 ‘치킨게임’에 돌입하면서 너도나도 가격을 내리고 있다. 사실상 남는 게 없는 장사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라면 이런 가격 경쟁이 반가울 수도 있겠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생존을 건 싸움이다. 샤오미 역시 점유율 확보를 위해 출혈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생산 확대와 연구개발 비용이 동시에 커지면서 손실 폭도 덩달아 급증하는 악순환에 빠졌다.
적자 속에서도 샤오미가 그리는 큰 그림
그렇다면 샤오미는 정말 밑지는 장사를 계속할 생각일까. 단기적인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장기적인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 시장에 안착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 뒤,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큰 그림이다.
최근의 행보가 이를 증명한다. 샤오미는 최고출력 990마력의 고성능 SUV ‘YU7 GT’와 플래그십 세단 ‘SU7 울트라’ 같은 고가 모델을 연이어 선보이며 수익성 개선에 나섰다. 특히 SU7 울트라는 7만 8000달러(약 1억 1700만 원)라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전기차 시장의 가격 경쟁은 이미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며 “샤오미뿐 아니라 상당수 브랜드가 적자를 감수하며 점유율 전쟁을 벌이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누가 끝까지 버티느냐의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