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10개월에도 출고 대기 여전한 인기 비결, 트림별 보조금 차이는

가솔린 SUV 수요까지 흡수하는 가격 경쟁력, 핵심은 따로 있었다

기아의 준중형 전기 SUV ‘EV5’가 꾸준한 계약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9월 국내 시장에 정식 출시된 이후 10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한 인기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현실적인 가격, 기대 이상의 공간 활용성, 그리고 충분한 주행거리라는 세 가지 핵심 요소가 자리 잡고 있다. 지금 계약해도 일부 트림은 수개월의 출고 대기가 발생할 정도로 탄탄한 수요를 보이는 상황이다.

EV9의 디자인과 스포티지급 공간이 만났다

기아 EV5의 외관은 상위 모델인 EV9을 축소한 듯한 인상을 준다. 최근 전기차 디자인이 유선형을 강조하는 추세와 달리, 선이 굵고 각진 정통 SUV 스타일로 단단한 이미지를 구축했다. 이는 기존 전기차 디자인에 식상함을 느낀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로 다가왔다.

차체 크기는 전장 4,610mm, 전폭 1,875mm로 기아 스포티지와 유사한 준중형급이다. 하지만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제작돼 휠베이스(축거)는 2,750mm에 달한다. 덕분에 동급 내연기관 SUV보다 훨씬 넓고 쾌적한 실내 공간을 확보했다. 특히 2열 시트를 접으면 바닥이 완벽하게 평평해지는 ‘풀 플랫 폴딩’ 기능은 주말 캠핑이나 차박을 즐기는 가족 단위 소비자들에게 높은 만족도를 제공하는 지점이다.

보조금이 만들어낸 3천만원대라는 파격적인 가격

EV5가 장기 흥행에 성공한 가장 큰 무기는 가격 경쟁력이다. 롱레인지 에어 트림의 시작 가격은 4,575만원이지만,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적용하면 실구매가는 크게 낮아진다. 올해 서울시 기준으로 인기 트림인 ‘롱레인지 2WD’ 모델은 국비 552만원과 지방비 165만원을 더해 총 717만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이 경우, 4,500만원대 차량의 실구매가는 3,000만원대 후반까지 내려온다. 사륜구동(4WD) 상위 트림을 선택해도 4,000만원대 중반이면 충분하다. 일반 가솔린이나 하이브리드 준중형 SUV 상위 트림 구매를 고려하던 소비자라면 충분히 고민해볼 만한 가격대다. 이는 EV5가 순수 전기차 시장을 넘어 내연기관차 수요까지 일부 흡수하는 배경이 됐다.

장거리 운행도 문제없는 460km 주행거리



일상적인 패밀리카로 사용하기에 주행 성능도 부족함이 없다. 81.4kWh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한 롱레인지 모델은 1회 완전 충전 시 최대 460km(2WD 모델 기준)를 달릴 수 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추가 충전 없이 이동할 수 있는 거리로, 장거리 주행에 대한 불안감을 상당 부분 해소했다.

이처럼 EV5는 디자인, 공간, 가격, 주행거리라는 네 박자가 시장의 요구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출시 1년이 가까워지는 시점에도 4개월 안팎의 출고 대기가 유지되는 것은 EV5의 상품성이 시장에서 확고히 인정받았다는 증거다. 최근 수입 전기차들의 저가 공세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판매량을 지키고 있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