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첫 출시 후 24년 만의 결정, 모하비·카니발도 같은 길 걸었다

소비자 80% 선택은 이미 다른 곳으로, 기아의 거대한 전략이 드러났다

쏘렌토 / 기아


기아 쏘렌토 2.2 디젤 모델이 24년 만에 생산 중단 수순에 들어갔다. 2002년 1세대 출시 이후 쏘렌토의 핵심 동력원으로 자리했던 디젤 엔진의 역사가 막을 내리는 것이다.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급격한 판매 비중 변화와 강화되는 배출가스 규제, 그리고 기아의 거대한 전동화 전략이 있다.

현재 쏘렌토 디젤은 신규 생산 요청이 반영되지 않으며, 전산망의 차종 코드까지 영구 미사용으로 전환됐다. 남은 재고 물량 중심의 제한적 판매만 이뤄지는 상황이다.

압도적 토크보다 규제 강화 부담이 커졌다



쏘렌토 실내 / 기아


쏘렌토 디젤은 분명한 강점을 가졌던 선택지였다. 스마트스트림 2.2L 디젤 엔진은 최고출력 194마력, 최대토크 45.0kg·m를 발휘했다. 디젤 특유의 높은 토크는 저속 주행이나 언덕길에서 운전자에게 안정감을 줬다. 고속도로 연비는 17.0km/L에 달했다.

장거리 운행이 잦은 운전자라면 실연비가 20km/L에 육박한다는 후기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강화되는 규제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오는 9월부터 중·소형 경유차 신규 인증 차량에 유로-6E 기준이 적용되고, 2025년 9월부터는 기존 인증차량까지 대상이 확대된다.

판매 비중 5%가 말해주는 시장의 변화



쏘렌토 / 기아


소비자들의 선택은 이미 디젤을 외면하고 있었다. 올해 상반기 쏘렌토 판매량 중 디젤 모델의 비중은 5.5%에 불과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7%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가솔린 모델 역시 14.9%로 6%포인트 줄었다.

반면 하이브리드 모델의 약진은 놀라웠다. 판매 비중이 79.6%까지 치솟으며 전년 대비 7.7%포인트 급증했다. 소비자 10명 중 8명이 하이브리드를 선택한 셈이다. 시장의 무게추가 디젤에서 하이브리드로 완전히 넘어갔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지표다.

전동화 전략 속 쏘렌토의 다음 행선지



쏘렌토 실내 / 기아


기아의 승용 디젤 라인업 정리는 쏘렌토에 국한되지 않는다. 앞서 플래그십 SUV 모하비 3.0 V6 디젤이 지난해 10월 생산을 중단했고, ‘아빠차의 상징’ 카니발 역시 디젤 트림을 제외했다. 쏘렌토의 단산은 기아 승용 디젤 시대의 완전한 종결을 의미한다.

이는 기아의 중장기 전동화 전략과 맞닿아 있다. 기아는 2030년까지 하이브리드 115만 대 판매와 13종의 라인업 구축을 목표로 제시했다. 상반기에만 5만 5천 대 이상 팔린 핵심 차종 쏘렌토의 변화는, 단순한 판매 부진 대응을 넘어 거대한 전략의 일부로 해석된다.

2027년형 쏘렌토는 2.5 가솔린 터보와 1.6 터보 하이브리드 중심으로 운영될 전망이다. 디젤 특유의 연비와 토크를 원하는 소비자에게는 남은 재고가 마지막 기회지만, 쏘렌토의 중심축은 이미 하이브리드로 완전히 이동했다.

쏘렌토 / 기아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