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중형 세단 상징이던 ‘낮은 유지비’를 포기한 현대차의 속내
단순한 원가 절감 그 이상, 쏘나타보다 길어진 차체에 숨은 비밀
준중형 세단의 최대 무기인 ‘낮은 유지비’를 스스로 포기한 셈이다.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 뒤에는 커져 버린 차체 크기, 글로벌 생산 효율, 그리고 달라진 시장 변화라는 세 가지 핵심 배경이 있다.
현대차가 감수해야 했던 손해와 그럼에도 얻고자 했던 이익의 저울질이 시작됐다.
1.6리터 엔진으로는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이유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차가 너무 커졌다는 점이다. 8세대 아반떼의 전장(차 길이)은 4,765mm에 달한다. 이는 과거 4세대 쏘나타보다도 긴 수치다.차체가 커지면 공차중량도 늘어난다. 여기에 각종 편의·안전 사양이 더해지면서 기존 1.6리터 가솔린 엔진(최고출력 123마력)으로는 감당하기 벅찬 수준에 이르렀다. 무거운 차를 작은 엔진으로 움직이면 오히려 실주행 연비가 나빠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생산 효율과 원가 절감,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했다
이번 엔진 변경은 생산 라인 효율화와도 직결된다. 사실 북미 시장에서 팔리는 아반떼(수출명 엘란트라)는 이미 2.0리터 엔진을 주력으로 사용해왔다. 같은 차를 두고 내수용(1.6)과 수출용(2.0)으로 이원화해 생산해온 셈이다.엔진을 2.0으로 통일하면 부품 공용화로 원가를 낮추고, 생산 관리 부담도 크게 줄일 수 있다. K3 단종 이후 1.6 가솔린 엔진의 쓰임새가 베뉴 정도로 줄어든 상황이라, 라인업 정리 차원에서도 명분이 충분했다.
‘첫 차는 아반떼’ 공식이 깨진 시장의 변화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달라진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국내 준중형 세단 시장은 소형·준중형 SUV에 밀려 입지가 크게 좁아졌다. 이제 아반떼의 경쟁 상대는 동급 세단이 아닌 코나, 셀토스 같은 SUV다.이들 SUV는 대부분 1.6 터보나 2.0급 엔진을 얹어 더 나은 주행 성능을 제공한다. ‘저렴한 첫 차’라는 포지션만 고수해서는 SUV로 쏠리는 수요를 막기 어렵다는 현대차의 전략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상품성을 높이면 가격 인상도 감수한다는 시장 분위기도 한몫했다.
다만 그 부담의 일부는 소비자의 몫으로 남는다. 배기량 구간이 바뀌면서 오르는 자동차세는 시작일 뿐이다. 차값 인상이 현실화되면 취득세와 보험료 부담도 덩달아 커진다. 결국 당신의 지갑을 열게 할 만큼의 상품성 개선이 이루어졌는지가 최종 관건이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