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공장 생산량 늘린다는데… 국내 배정 물량은 오히려 줄었다
2027년식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을 두고 시장의 관심이 뜨겁다. 하지만 이 관심은 차량의 상품성보다 ‘28개월’이라는 긴 출고 대기 기간에 먼저 쏠리는 모양새다. 단순히 인기가 많아 빚어진 현상으로 보기에는 복잡한 배경이 있다.
생산 구조와 수출 비중이라는 두 가지 핵심 요인이 국내 소비자의 기다림을 만들고 있다. 지금 계약해도 2년 뒤의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운 소비자 입장에서는 구매를 망설이게 만드는 충분한 이유다. 결국 선택지에는 다른 차종이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단일 공장과 73% 수출이 만든 대기 행렬
최근 출시된 캐스퍼 일렉트릭은 트림에 따라 최소 18개월에서 최대 28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프리미엄 트림이 28개월로 가장 길고, 인스퍼레이션과 크로스는 24개월이 소요된다. 이는 연식 변경 직후 주문이 몰린 일시적 현상으로만 치부하기 어렵다.
캐스퍼는 전량 광주글로벌모터스(GGM)에서 위탁 생산된다. 다른 공장에서 물량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없는 단일 생산 구조다. 여기에 해외 수요가 겹쳤다. 지난해 GGM이 생산한 5만 8,400대 중 73%에 달하는 4만 2,601대가 수출됐다. 내수 물량은 1만 5,799대에 그쳤다.
국내 소비자 입장에서는 생산량 대부분이 해외로 향하는 상황에서 출고 순번이 빠르게 줄어들기를 기대하기 힘든 구조다. 소형 전기차의 해외 인기가 국내 소비자의 긴 기다림으로 이어진 셈이다.
생산량 늘어도 내 차례는 더 멀어지는 이유
물론 GGM도 생산성 향상에 나서고 있다. 시간당 생산 대수를 기존 26.7대에서 29.5대로 높여 올해 총 6만 1,200대를 생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보다 2,800대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이 소식이 국내 계약자들에게 마냥 반가운 것만은 아니다.
문제는 물량 배분 계획에 있다. 올해 수출 목표는 4만 6,300대로 지난해보다 3,699대 늘었다. 반면 내수 목표는 1만 4,900대로 오히려 899대 줄었다. 전체 생산량 증가분보다 더 많은 물량이 수출에 배정되면서 국내 대기 상황 해소는 더 불투명해졌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대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기아 레이 EV는 출고까지 약 10개월이 걸려 캐스퍼 일렉트릭보다 1년 이상 빠르다. 국산 소형 전기차라는 점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체재로 꼽힌다.
중국 BYD 돌핀 역시 빠른 출고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장기간 순번을 기다리는 방식이 아닌 수주 단위로 인도가 이뤄져 차량 확보 시점을 예측하기 용이하다. 캐스퍼 일렉트릭의 기약 없는 기다림에 지쳤다면, 자신의 운용 계획과 인도 시기를 고려해 다른 선택지를 비교해 보는 것이 현명한 판단일 수 있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