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톤 거구로 슈퍼카를 압도한 비결은 따로 있었다

내연기관보다 저렴한 파격 가격, 포르쉐의 진짜 노림수에 관심 집중

카이엔 터보 일렉트릭 / 포르쉐


포르쉐의 대형 SUV 카이엔이 전기 심장을 달고 시장에 새로운 질문을 던졌다. 2.7톤에 달하는 육중한 차체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단 2.1초 만에 도달하는, 상식을 뒤엎는 성능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 과시를 넘어선다. 강력한 성능을 자랑하던 내연기관 V8 터보 모델보다 오히려 가격을 낮추는 파격적인 정책까지 동반됐다. 성능과 가격, 두 가지 측면에서 기존 고성능차 시장의 판도를 흔들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로서는 ‘이 가격에 이 성능이 가능한가’라는 행복한 고민에 빠질 만한 상황이다. 포르쉐가 카이엔 터보 일렉트릭을 통해 보여주려는 진짜 그림은 무엇인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카이엔 터보 일렉트릭 / 포르쉐


2.7톤 무게가 무색해진 가속의 비밀



육중한 무게는 전기차의 가속력에 걸림돌이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카이엔 터보 일렉트릭은 이 공식을 정면으로 거부한다.
자동차 전문 매체 ‘카앤드라이버’의 실측 테스트 결과, 정지 상태에서 시속 96km까지 가속 시간은 2.1초로, 포르쉐 공식 발표치(2.5초)를 뛰어넘었다.

이는 강력한 듀얼 전기 모터가 만들어내는 폭발적인 초기 토크와 이를 노면에 고스란히 전달하는 정교한 사륜구동 시스템 덕분이다. 400m 드래그 레이스는 9.5초 만에 주파하며, 통과 시점 속도는 시속 235km에 달했다. 웬만한 2인승 슈퍼카조차 따라오기 힘든 기록이다.

카이엔 터보 일렉트릭 / 포르쉐


무게를 이겨낸 제동력과 코너링 성능



가속만큼이나 인상적인 것은 제동력이다. 대형 전기 SUV의 약점으로 꼽히는 무거운 배터리 무게를 극복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옵션으로 제공되는 포르쉐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PCCB)를 장착한 차량은 시속 113km에서 완전히 정지하는 데 불과 42.7m가 필요했다.

코너링 성능 역시 포르쉐의 명성을 입증한다. 스키드패드 횡가속도 테스트에서 1.05g라는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거대한 차체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접지력과 수평 유지 능력을 갖췄음을 의미한다. 포르쉐 특유의 서스펜션 세팅 기술이 직선 주로뿐만 아니라 서킷 주행의 즐거움까지 놓치지 않게 만든다.

1156마력에 16분 급속 충전까지 갖췄다



이 모든 성능은 합산 출력 850kW, 약 1,156마력(런치 컨트롤 사용 시)을 발휘하는 전후륜 듀얼 모터 시스템에서 나온다. 최고 속도는 시속 260km이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200km까지는 단 7.4초 만에 주파한다.

113kWh 대용량 배터리는 800V 고전압 시스템을 기반으로 최대 400kW급 초급속 충전을 지원한다.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16분에 불과하다.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는 유럽 WLTP 기준 최대 624km에 이른다.

V8 모델보다 4080만원 저렴한 가격표



가장 놀라운 지점은 가격 정책이다. 카이엔 터보 일렉트릭의 국내 시작 가격은 1억 8,960만 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V8 4.0L 트윈터보 엔진을 얹은 ‘카이엔 터보 E-하이브리드’ 모델의 2억 3,040만 원보다 4,080만 원이나 저렴한 수준이다.

하이브리드 모델보다 출력은 400마력 이상 높고 제로백은 1.2초나 단축했음에도 가격은 오히려 크게 낮아졌다. 내연기관의 감성적인 엔진 사운드나 주유의 편리성을 포기한다면, 성능과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현존하는 고성능 SUV 라인업 중 가장 매력적인 선택지 중 하나로 떠올랐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