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의 넉넉한 공간은 필요하지만, 시끄러운 주행감은 싫은 아빠들의 새로운 선택지.
월 판매량 2,139대에서 537대로 급감. ‘실패작’ 평가하기엔 아직 이른 이유.
패밀리카 시장에서 새로운 선택지가 등장했다. SUV의 넓은 공간은 원하지만, 특유의 쿵쾅거리는 승차감과 소음이 부담스러운 소비자를 정조준한 모델이다. 르노 필랑트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4천만원대 시작 가격, 633L에 달하는 트렁크, 리터당 15.1km의 하이브리드 연비. 숫자로만 보면 매력적인 제안이다. 하지만 월 판매량은 2,139대에서 537대까지 떨어지며 엇갈린 시장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가격표에 팰리세이드가 떠오르는 이유
이 차를 향한 고민은 가격표에서 시작된다. 시작 가격은 세제 혜택을 적용해 4,395만원이다. 5천만원을 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합리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필랑트의 진짜 매력인 정숙성을 제대로 누리려면 트림 선택이 중요해진다.
이중접합 차음 유리, 12.3인치 파노라마 스크린 등 핵심 사양은 4,764만원짜리 아이코닉 트림부터 적용된다. 여기에 몇 가지 옵션을 더하면 가격은 5천만원에 육박한다. 이 금액은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쏘렌토나 팰리세이드 상위 트림을 떠올리게 만드는 지점이다.
공간은 SUV인데 승차감은 세단을 닮았다
필랑트의 정체성은 제원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전장 4,915mm, 기본 트렁크 용량 633L는 웬만한 SUV 부럽지 않은 수준이다. 2열을 접으면 공간은 2,050L까지 늘어난다. 아이 둘을 키우는 운전자라면 유모차 다음 킥보드와 자전거까지 실어야 하는 상황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핵심은 1.5리터 터보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다. 250마력의 넉넉한 출력과 15.1km/L라는 복합연비를 동시에 잡았다. 여기에 주파수 감응형 댐퍼와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까지 더해 세단에 가까운 주행 질감을 구현했다.
판매량 하락,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판매량 그래프만 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지난 4월 2,139대를 기록했던 월 판매량은 7월 537대까지 내려왔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은 단기적인 실패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다.
하지만 누적 판매량을 보면 다른 해석이 나온다. 올해 7월까지 누적 판매 대수는 1만161대로, 시장에 안착하는 과정으로 볼 수도 있다. 이는 필랑트가 모두를 위한 차가 아닌, 뚜렷한 취향을 가진 특정 소비자층을 공략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결국 선택의 문제로 귀결된다. 르노 필랑트는 전통적인 SUV의 활용성보다 정숙성과 승차감의 균형을 더 중시하는 운전자를 위한 차다. 4천만원대 후반 예산으로 패밀리카를 고민할 때, 익숙한 길을 택할지 새로운 방향을 선택할지는 각자의 우선순위에 달려있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