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티 베이론 넘보는 1000마력대 전기 SUV 시대 개막

단순한 출력 경쟁 넘어 실용성·브랜드 철학까지 따져봐야 하는 이유

< 부가티 베이론, 출처 : Autoblog >


하이퍼카의 상징이던 ‘1000마력’이라는 숫자가 이제 가족용 SUV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서킷이 아닌 마트 주차장과 출퇴근길에서 부가티 베이론을 넘어서는 출력을 마주하는 시대다.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루시드의 ‘그래비티’와 독일 스포츠카 명가 포르쉐의 ‘카이엔 일렉트릭’이 그 중심에 섰다. 두 차량 모두 1000마력을 훌쩍 넘는 최고 트림을 앞세워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그러나 단순히 제원표 속 숫자로 우열을 가리기는 어렵다. 압도적인 성능 이면에 숨겨진 두 브랜드의 철학과 실용성에 대한 접근 방식이 전혀 다른 까닭이다.

< 루시드 그래비티 실내, 출처 : CarandDriver >


성능은 기본, 진짜 고민은 다른 곳에 있다



네 자릿수 마력 경쟁이 치열하지만, 두 브랜드는 성능 외적인 부분에 더 공을 들였다. 루시드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7인승 좌석과 최대 3398리터의 적재 용량 등 실용성을 핵심으로 내세운다. 최고 등급인 1070마력 GT-S 트림은 후륜 조향, 에어 서스펜션을 포함한 다이내믹 핸들링 패키지를 통해 편안한 주행감을 구현하는 데 집중했다.

포르쉐 카이엔 일렉트릭 역시 마찬가지다. 최상위 터보 모델은 1139마력을 뿜어내지만, 일상 주행에서는 약 844마력 수준으로 제어된다. 152.9kgf.m라는 막대한 토크를 가졌음에도, 운전자가 통제 불가능한 괴물로 느끼지 않도록 조율한 것이다.

< 포르쉐 카이엔 일렉트릭, 출처 : CarBuzz >


실질적인 구매를 고려한다면 굳이 최상위 트림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남는 예산으로 헤드업 디스플레이나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 같은 편의 사양을 추가하는 것이 훨씬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물론 1139마력이라는 숫자에 마음을 빼앗겼다면 다른 설명은 무의미하다.

가족의 인원수가 차의 성격을 결정한다



두 차량의 성격은 실내 공간에서 명확히 갈린다. 1열과 2열의 거주성은 비슷한 수준이지만, 루시드 그래비티는 3열 시트를 지원해 최대 7인승까지 구성할 수 있다는 결정적 차이가 있다. 이 차이 하나로 그래비티는 대가족이 함께 이동하는 패밀리카로서의 정체성을 확실히 한다.

< 루시드 그래비티, 출처 : CarBuzz >


시트를 모두 접었을 때의 적재 공간 역시 그래비티가 카이엔 일렉트릭보다 두 배 이상 넓다. 단순히 빠른 차를 넘어, 온 가족의 짐을 싣고 떠나는 ‘진짜 패밀리카’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느냐가 두 모델을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디지털 경험, 포르쉐와 루시드의 철학 차이



실내 디지털 경험에 대한 접근법도 다르다. 포르쉐는 14.25인치 커브드 클러스터 등 첨단 디스플레이를 도입하면서도, 운전 집중도를 해치지 않는 전통적인 인터페이스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 루시드 그래비티 실내, 출처 : CarandDriver >


반면 루시드는 34인치 플로팅 디스플레이와 터치스크린인 ‘파일럿 패널’로 모든 것을 제어한다. 와이퍼나 서리 제거 같은 직관적이어야 할 기능까지 터치로 조작하는 방식은 호불호가 명확히 갈리는 지점이다. 기술적 진보를 우선하는 루시드의 철학이 담겨 있지만, 일부 운전자들에게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결국 선택은 탑승할 가족의 인원수, 그리고 운전석에서 원하는 디지털 경험과 주행 감성의 방향성에 따라 달라진다. 하이퍼카의 성능과 패밀리카의 공간을 한 대로 해결하려는 소비자에게 두 차량은 각기 다른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 포르쉐 카이엔 일렉트릭, 출처 : TopGear >


< 포르쉐 카이엔 일렉트릭, 출처 : topelectricsuv >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