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백 2.5초의 압도적 성능, 그러나 더 긴 주행거리를 가진 모델은 따로 있었다
가족을 위한 SUV에 1156마력이라는 숫자는 쉽게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포르쉐가 공개한 순수 전기 SUV, 신형 카이엔은 이 간극을 비집고 들어왔다.
카이엔 라인업 최상위 모델인 ‘터보 일렉트릭’은 런치 컨트롤을 사용하면 최고출력이 1156마력까지 치솟는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은 단 2.5초. 패밀리 SUV의 외형 속에 슈퍼카의 심장을 품은 셈이다.
그러나 이 차의 가치는 단순히 폭발적인 가속력에만 머물지 않는다. 고성능과 일상 주행의 효율성 사이에서 소비자들의 현실적인 저울질이 시작됐다.
기본형과 714마력 차이, 선택의 배경
강력한 성능을 자랑하는 카이엔 터보 일렉트릭이지만, 모든 라인업이 같은 힘을 내는 것은 아니다. 기본형 모델의 최고출력은 442마력으로, 터보 모델과는 714마력의 격차를 보인다. 물론 기본형도 제로백 4.8초로 결코 부족하지 않은 성능이다.
선택의 고민은 주행거리에서 비롯된다. 113kWh 용량의 동일한 배터리를 탑재했지만, 더 강력한 터보 모델의 최대 주행거리는 468km다. 반면 기본형은 44km 더 긴 512km를 달릴 수 있다. 이는 국내 인증 전 수치다.
충전 속도는 800V 시스템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했다. 포르쉐는 최적의 조건에서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약 16분 만에 충전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다만 이는 충전기 출력과 배터리 상태에 따라 실제 환경에서는 달라질 수 있는 수치다.
늘어난 휠베이스, 뒷좌석까지 챙긴 이유
신형 전기 카이엔은 내연기관 모델보다 휠베이스를 약 130mm 늘렸다. 앞뒤 바퀴 사이 거리를 넓혀 2열 거주성을 확보하기 위한 결정이다. 빠른 속도만큼이나 가족을 위한 공간 활용도 역시 중요하게 고려한 결과다.
주행 안정성을 높이는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은 기본 사양으로 적용됐다. 저속 주차나 유턴 시 회전반경을 줄여주는 리어 액슬 스티어링과 같은 장비도 선택할 수 있어, 큰 차체에도 불구하고 도심 주행 편의성을 높였다.
실내에는 14.25인치 디지털 계기판이 탑재되며, 증강현실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옵션으로 추가할 수 있다. 내비게이션 경로 등을 앞 유리에 직접 표시해 운전자의 시선 분산을 최소화한다.
1억 9천만원, 실제 구매 가격은 더 높다
가격은 만만치 않다. 2027년형 기준 카이엔 터보 일렉트릭의 시작 가격은 1억 9100만원이다. 기본형 모델은 1억 4370만원부터 시작해 두 모델의 기본 가격 차이는 4730만원에 달한다.
이는 각종 편의·주행 사양을 추가하기 전의 가격표다. 만약 자신의 운전 습관이나 취향에 맞춰 원하는 옵션을 추가한다면 실제 지불해야 할 금액은 2억원을 훌쩍 넘길 가능성이 높다.
가속 성능을 가장 먼저 원한다면 터보의 2.5초가 강하게 다가오겠지만, 주행거리와 구매 비용에 더 비중을 둔다면 기본형도 선택지에 오를 수 있다. 전기 카이엔의 매력은 1156마력이라는 숫자로 시작하지만, 실제 구매 과정은 충전 환경과 뒷좌석 공간, 그리고 옵션 견적서를 마주하며 완성된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