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출력은 그대로인데 열선시트와 구글 AI 탑재
순수 운전 재미와 일상 편의성 사이, 마니아들 반응 엇갈려
2027년형 혼다 시빅 타입 R이 공개되자 고성능차 마니아들의 시선이 쏠렸다. 가장 먼저 확인한 제원표의 최고출력은 315마력. 기존 모델과 동일한 숫자다. 일각에서 실망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진짜 변화는 다른 곳에 있었다. 혼다는 이번 신차에 수동변속기라는 가장 아날로그적인 요소와 구글의 생성형 AI ‘제미나이’라는 최신 디지털 기술을 함께 담았다. 순수한 운전의 재미와 일상의 편의성이라는, 어울리지 않을 듯한 두 가치가 한 차에 공존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숫자는 그대로, 진짜 변화는 보이지 않는 곳에
출력 수치는 제자리걸음이지만, 혼다가 손을 놓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본질적인 부분에 집중했다. 전면부 설계를 변경해 엔진 냉각 성능을 끌어올리고, 프런트 스플리터 형상을 다듬어 고속 주행 시 차체를 누르는 힘(다운포스)을 강화했다.
이는 한 번의 폭발적인 가속보다, 여러 바퀴의 서킷 주행에도 성능 저하 없이 꾸준한 기량을 발휘하는 데 초점을 맞춘 개선이다. +R 모드의 댐퍼 반응성과 브레이크 페달 감각까지 세밀하게 조정한 점 역시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수동변속기와 AI 비서의 어색한 동거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편의장비 목록이다. 열선 앞좌석, USB-C 포트, 구글 빌트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새롭게 추가됐다. 여기에 생성형 AI인 구글 제미나이와 아마존 알렉사까지 품었다.
‘운전의 즐거움’을 위해 수동변속기를 고집하는 차에 AI 음성 비서가 왜 필요하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매일 이 차로 출퇴근해야 하는 운전자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열선시트와 똑똑한 길 안내는 분명 매력적인 요소다. 이번 시빅 타입 R의 미국 시장 시작 가격은 4만 8,695달러(약 6700만원)로 책정됐다.
엇갈리는 반응 속 한국 출시는 미정
새로운 시도를 두고 소비자 반응은 엇갈린다. 순수 스포츠 주행을 즐기는 마니아들은 불필요한 기능이 늘었다고 평가하는 반면, 일상 주행 비중이 높은 구매자들은 오히려 상품성이 좋아졌다고 반긴다.
최고출력 경쟁에서 한발 물러나 주행 지속성과 편의성을 모두 잡으려는 혼다의 전략이 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다만 이번 공개는 미국 시장 기준이며, 해당 사양이 그대로 국내에 들어올지 여부와 출시 일정, 가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