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왕실 의전차로 알려진 센추리, 롤스로이스·벤틀리와 경쟁 선언
월 생산량 30대 희소성 내세워… 렉서스 넘어선 초호화 브랜드로 키운다
최근 미국 자동차 산업의 심장부인 디트로이트에서 이목이 쏠리는 장면이 연출됐다. 토요타의 아키오 토요타 회장이 직접 고성능 버전인 ‘센추리 GRMN SUV’를 타고 공식 석상에 등장한 것이다.
센추리는 그간 일본 왕실과 최고위층을 위한 의전차로만 알려져 ‘일본의 롤스로이스’로 불렸다. 그런 센추리가 SUV 형태로, 그것도 미국 땅에 나타난 것은 토요타의 새로운 전략을 암시하는 신호탄이었다.
토요타는 이미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도 센추리라는 카드를 또 꺼내 든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렉서스가 있는데 왜 센추리를 꺼냈나
토요타가 바라보는 센추리의 고객층은 렉서스와는 완전히 다르다. 가격부터가 그 격차를 보여준다. 센추리 SUV는 2023년 일본 출시 당시 시작 가격이 2,500만 엔, 한화로 약 2억 원을 훌쩍 넘겼다.
만약 북미 등 글로벌 시장에 정식 출시된다면 물류비와 세금이 더해져 실제 판매 가격은 훨씬 높아진다. 이는 렉서스의 최상위 모델과도 비교가 어려운 수준이다.
토요타의 히로키 나카지마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센추리는 글로벌 모델인 만큼, 현지 관계자들의 반응과 피드백을 확인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렉서스를 넘어서는 초호화 브랜드의 시장성을 타진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 달에 30대, 장인 정신으로 차별화했다
센추리의 가장 큰 무기는 희소성이다. 출시 초기 월 생산 목표가 고작 30대에 불과했고, 지난 한 해 전 세계 인도량은 500대 안팎에 그쳤다. 숙련된 장인들이 수작업에 가깝게 생산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비싸기만 한 차는 아니다. 거울처럼 반사되는 차체 표면을 위해 수없이 반복하는 광택 작업, 탑승자가 가장 편안하게 타고 내릴 수 있도록 계산된 도어 개폐 각도 등 모든 요소가 최고 수준의 의전을 위해 설계됐다.
실내에는 발을 따뜻하게 감싸는 오토만 안마 시트는 물론, GPS 신호와 연동해 스스로 시간을 맞추는 아날로그 시계까지 탑재됐다. 완벽주의에 가까운 디테일로 최고급 수요를 만족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롤스로이스·벤틀리가 버티는 시장, 승산은
디트로이트에 등장한 센추리 SUV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롤스로이스 컬리넌이나 벤틀리 벤테이가 같은 강력한 경쟁자들이 이미 초호화 SUV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특유의 장인 정신과 정숙함으로 무장한 센추리가 본격적으로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린다면, 기존 강자들과는 다른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다. 센추리가 렉서스의 상위 모델에 그칠지, 토요타의 새로운 역사를 쓰는 독립 브랜드로 자리 잡을지 시장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