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닛 튀어나와 당연히 튼튼할 줄 알았다

똑같이 생긴 상용 전기차, 충돌 결과가 극명하게 갈린 배경

< 현대 ST1 자동차안전도평가, 출처 : KNCAP >


도로 위에서 보내는 시간이 긴 상용차 운전자에게 안전은 타협할 수 없는 가치다. 기존 1톤 트럭의 안전성을 보완할 대안으로 기대를 모았던 현대차의 새로운 전기 상용차 ST1이 최근 예상 밖의 성적표를 받았다.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신차 안전도 평가(KNCAP)에서 충돌 안전성 부문 최하 등급인 5등급을 기록한 것이다. 기존 포터2나 봉고3보다 보닛이 돌출된 형태로 더 안전할 것이라는 시장의 믿음이 있었기에 이번 결과가 주는 파장은 작지 않다.

겉모습은 달랐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 기아 PV5 자동차안전도평가, 출처 : KNCAP >


현대 ST1이 충돌 안전성 5등급을 받은 결정적인 이유는 정면과 부분 정면 충돌 시험에서 드러났다. 사고 시 탑승 공간으로 전달되는 충격량이 기준치를 크게 넘어섰기 때문이다. 차량의 뼈대가 충격을 효과적으로 흡수하지 못하고 운전자에게 그대로 전달된 셈이다.

특히 충돌 시험용 인형(더미)의 가슴과 하체 부위에 가해진 압박 수치가 높게 측정됐다. 이는 실제 사고 발생 시 운전자와 동승자의 생명을 보호하는 기능이 크게 미흡하다는 평가로 이어졌다. 아무리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탑재해도, 물리적인 충격에서 승객을 지키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기아 PV5와 희비가 엇갈린 플랫폼의 차이



< 기아 PV5 안전 설계, 출처 : 현대자동차그룹 >


반면 함께 공개된 기아의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모델 PV5는 충돌 안전성 2등급을 받아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두 차량의 안전 등급이 극명하게 갈린 배경에는 ‘플랫폼’의 차이가 존재한다.

현대 ST1은 기존 스타리아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화물 적재 공간을 개조한 모델이다. 무거운 짐을 견디기 위해 하부 프레임을 보강하는 과정에서, 정작 충격을 흡수해야 할 ‘크럼플 존’이 제 기능을 못 한 것으로 분석된다. 강성과 충격 흡수 능력의 균형을 맞추는 데 실패한 설계적 한계가 드러난 것이다.

이에 비해 기아 PV5는 처음부터 전용 전기차 PBV 플랫폼으로 개발됐다. 스케이트보드 형태의 뼈대는 배터리 배치와 충격 분산 구조가 최적화되어 있다. 충돌 에너지가 차체 하부와 측면으로 효과적으로 분산되면서 탑승객에게 가는 충격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기반 플랫폼이 전용인지, 개조형인지에 따라 안전성이 달라진 사례다.

< 현대 ST1 자동차안전도평가, 출처 : KNCAP >


이번 KNCAP 평가 결과는 자동차의 본질인 안전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단순히 외관이 튼튼해 보인다고 해서 실제 안전까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내 차를 고를 때 홍보 문구나 디자인 너머의 객관적인 안전도 데이터를 꼼꼼히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