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L V6 버리고 2.0L 터보 탑재한 지프 그랜드 체로키 L

출력 15% 올랐지만 연비는 제자리… 진짜 가치는 다른 곳에 있었다



대형 SUV의 6기통 엔진을 4기통 2.0L 터보로 바꿨다는 소식은 선뜻 반갑게 들리지 않을 수 있다. 힘이 부족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지프가 내놓은 뉴 그랜드 체로키 L은 이런 예상을 완전히 뒤집었다.

오히려 성능은 더 강력해졌고, 가격은 1억원을 훌쩍 넘겼다. 스텔란티스코리아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이 신형 모델을 한국에 가장 먼저 선보인다고 밝혔다. 그 배경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V6 대신 2.0 터보, 힘은 오히려 강해졌다





5세대 부분변경 모델인 뉴 그랜드 체로키 L의 심장은 2.0L 허리케인 4 터보 가솔린 엔진으로 바뀌었다. 핵심은 배기량과 실린더 수가 줄었음에도 출력과 토크는 오히려 높아졌다는 점이다.

최고출력은 329마력, 최대토크는 45.89kg·m다. 기존 3.6L V6 자연흡기 엔진보다 각각 약 15%, 31% 향상된 수치다. 단순한 다운사이징이 아니라 성능 개선에 초점을 맞춘 변화인 셈이다.

새 엔진에는 F1 기술에서 파생된 난류 제트 점화(TJI) 기술도 적용됐다. 작은 예비 연소실에서 만든 화염을 주 연소실로 분사해 연료를 빠르고 고르게 태우는 방식이다. 배기량 숫자만으로 차의 힘을 판단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연비 개선 미미, 1억 넘는 가격의 이유는 따로 있다





엔진이 작아졌다고 해서 연비가 극적으로 좋아진 것은 아니다. 공인 복합연비는 7.9km/L로, 기존 모델 대비 0.2km/L 개선되는 데 그쳤다. 자동차세 부담은 줄지만, 연료비 절감을 기대하고 선택할 차는 아니라는 의미다.

결국 1억1490만원(서밋 리저브 트림)이라는 가격표의 가치는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한다. 이 차는 지프의 정체성인 강력한 오프로드 성능과 고급 편의사양을 모두 담고 있다. 쿼드라-트랙 II 사륜구동 시스템과 차고를 조절하는 쿼드라-리프트 에어 서스펜션이 대표적이다.

포장도로 위주로 운전하는 사람과 비포장 진입로 등을 자주 이용하는 사람은 같은 장비에도 느끼는 가치가 다를 수 있다.

실내에는 T맵을 내장한 12.3인치 디스플레이와 19개 스피커의 매킨토시 오디오, 전 좌석 팔레르모 가죽 시트 등 고급 사양이 가득하다. 3090mm의 휠베이스가 제공하는 넉넉한 3열 7인승 공간은 기본이다.

결국 뉴 그랜드 체로키 L의 가격은 329마력의 성능과 7인승 공간, 그리고 어떤 길도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는 주행 장비와 고급 실내 구성이 모두 포함된 값이다. 이 조합을 얼마나 활용할지가 구매의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