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딜락부터 벤츠까지, 패밀리카 시장 뒤흔든 대형 SUV들의 숨겨진 공간 경쟁
카니발 대안 찾는 아빠들 주목, 실제 레그룸 수치로 본 ‘진짜’ 6인승 SUV
5인 이상이 한 차로 움직여야 할 때, 대형 SUV 3열에 앉아본 경험이 있다면 안다. 무릎이 앞 좌석에 닿는 그 답답함을 말이다. 이름만 3열일 뿐, 실제로는 초등학생도 불편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미니밴은 훌륭한 대안이지만, 스타일과 주행 성능을 포기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크다. 결국 ‘어른도 편안한 3열’을 갖춘 SUV를 찾는 수요는 꾸준히 이어진다. 핵심은 실제 탑승자가 체감하는 레그룸 수치에 있다. 일부 모델은 놀라운 수준의 공간을 확보했다.
90cm 넘는 레그룸, 미국산 SUV가 시장 주도했다
미국 브랜드 대형 SUV들이 3열 공간 경쟁의 포문을 열었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L은 순수 전기차임에도 3열 레그룸이 무려 93cm에 달한다. 전기차는 바닥 배터리 때문에 공간 확보가 불리하다는 편견을 깬 설계다. 성인이 앉아도 무릎 공간이 남아 장거리 이동에 피로가 적다.
지프 그랜드 왜고니어 L 역시 약 92.9cm로 에스컬레이드 IQL과 거의 차이가 없다. 이 차의 진짜 강점은 헤드룸(약 99cm)과 힙룸(약 131cm)이다. 좌우 폭과 머리 위 공간이 넉넉해 체격이 큰 성인도 답답함을 느끼기 어렵다. 흥미로운 점은 롱바디인 L 모델과 기본 모델의 3열 거주 공간이 동일하다는 사실이다.
링컨 네비게이터 L은 약 92.7cm의 3열 레그룸을 제공한다. 단순 수치를 넘어 링컨 특유의 고급 가죽과 편안한 시트 쿠션감이 3열의 가치를 높인다. 시트 각도와 높이 설정이 탑승자의 하체 부담을 줄이도록 설계된 점도 특징이다. 고급스러운 실내와 실용적 공간을 동시에 원하는 가족에게 적합하다.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의 공간에 대한 해법은 달랐다
유럽 브랜드는 다른 방식으로 공간 문제를 풀었다. 랜드로버 레인지로버는 대부분의 경쟁 모델이 쓰는 프레임 바디 대신 모노코크 구조를 택했다. 롱휠베이스(LWB) 3열 모델의 레그룸은 약 90.9cm다. 온로드 승차감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성인 2명이 정식으로 탑승할 수 있는 품격 있는 공간을 만들어냈다.
메르세데스-벤츠 GLS는 약 87.8cm의 3열 레그룸을 확보했다. 미국산 SUV보다는 수치가 낮지만, 프레임 바디가 아닌 SUV 중에서는 최상위권의 공간이다. 특히 3열 헤드룸이 약 98.8cm로 높아 키가 큰 탑승자도 머리가 천장에 닿을 걱정이 없다. 벤츠의 안정적인 주행 성능은 3열 탑승자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된다.
실용성을 중시한다면 쉐보레 타호와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가솔린 모델도 눈여겨볼 만하다. 두 모델 모두 약 88.6cm의 3열 레그룸을 제공한다. 전장이 더 긴 서버번과 3열 거주성은 동일하면서도 주차 부담은 덜하다. ‘알짜배기 공간’을 제공하는 셈이다.
단순히 레그룸 수치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할 수는 없다. 3열 시트를 펼쳤을 때 남는 트렁크 공간, 타고 내리기 편한지 여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우리 가족에게 맞는 차를 찾고 있다면, 직접 전시장을 방문해 자녀나 부모님을 3열에 앉혀보고 결정하는 것이 후회를 줄이는 길이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