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60MPa 초고장력강과 환형 구조 설계로 비틀림 강성 20% 이상 개선

2열 차음유리부터 듀얼 스토퍼 마운트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완성된 정숙성



패밀리 SUV를 고를 때 안전과 연비는 종종 양립하기 어려운 과제로 여겨진다. 차체를 단단하게 만들수록 무게가 늘고, 이는 곧 주행 성능과 효율 저하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많은 제조사가 이 딜레마 앞에서 고심한다.

현대차가 내놓은 신형 투싼은 이 해묵은 과제에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다. 단순히 철판을 두껍게 만드는 대신, 차체 골격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하고 고강도 신소재를 적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 결과는 안전성 강화에만 머물지 않았다.

뼈대를 바꿨더니 무게와 안전을 모두 잡았다





신형 투싼의 차체에는 최대 1760MPa에 달하는 초고장력강이 광범위하게 쓰였다. 덕분에 평균 인장강도는 이전 모델보다 9.7% 높아졌다. 놀라운 점은 동급 최고 수준의 차체 크기에도 불구하고, 경쟁 모델과 비교해 무게는 오히려 약 20kg 가벼워졌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변화의 핵심은 ‘환형 구조’ 설계에 있다. 차체 주요 골격을 고리 형태로 엮어 연결성을 극대화한 것이다. 이를 통해 비틀림 강성은 20.7%, 굽힘 강성은 34.5%나 대폭 향상됐다. 단단해진 뼈대는 충돌 안전성은 물론, 주행 중 차체 뒤틀림을 억제해 핸들링 감각과 소음·진동(NVH) 성능까지 개선하는 효과를 낳았다.

사고 순간, 탑승 공간을 지켜내는 기술들





정면충돌 시 엔진룸은 충격을 흡수하며 찌그러지고, 승객이 탑승한 실내는 최대한 원형을 유지해야 한다. 신형 투싼은 사고 초기에 충돌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분산시키고 실내 변형을 최소화하도록 전방 구조를 정밀하게 다듬었다.

측면충돌 대비도 강화했다. B필러 보강재는 기존 1470MPa 강재(두께 1.1mm)에서 1760MPa 강재(두께 2.0mm)로 교체됐다. 이 변화 덕분에 측면충돌 시 확보할 수 있는 탑승자 생존 공간이 기존보다 약 23% 넓어졌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사고 이후의 상황까지 고려한 기능도 눈에 띈다. 현대차 최초로 적용된 ‘도어 언락 전원 이중화’ 기술은 충격으로 메인 전원이 끊겨도 별도 전원이 문 잠금을 풀어준다. 이는 탑승자의 신속한 탈출이나 구조대의 골든타임 확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실내에는 1열 센터 사이드 에어백을 포함한 총 9개의 에어백이 배치됐다.



뒷좌석 가족의 귀를 편안하게 만든 비결



패밀리 SUV의 정숙성은 운전자보다 뒷좌석 탑승객이 더 민감하게 느낀다. 고속 주행 시 노면 소음과 풍절음은 2열에서 더 크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투싼 개발진은 이 점에 주목해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세심하게 개선했다.

가장 큰 변화는 유리 소재다. 기존 1열에만 적용되던 차음유리를 2열까지 확대 적용했다. 1열 유리 역시 기존보다 1mm 더 두꺼운 5T 차음유리를 채택해 외부 소음 차단 효과를 높였다. 이음새 없는 일체형 도어 글라스런 구조는 고속 주행 시 유리 주변에서 발생하는 풍절음을 줄여준다.



차체 하부 구조 개선도 동반됐다. 전륜 스트럿 입력점 강성을 높여 스티어링 휠로 전달되는 미세 진동을 줄이고, 후륜에는 크로스멤버 후방 스테이를 추가해 2열로 전달되는 노면 진동을 억제했다. 이는 운전자 중심 설계를 넘어 모든 탑승객의 안락함을 고려한 변화다.

바닥부터 마운트까지 소음 유입 경로를 막았다



정숙성 향상을 위한 노력은 차체 곳곳에서 이뤄졌다. 엔진룸과 실내 사이 경계에 있는 대시 아이소 패드의 차음층 면적을 기존 대비 51% 넓혔고, 시트 아래 전체 영역에 언더플로어 패드를 깔아 엔진 소음과 노면 소음을 이중으로 차단했다.



엔진과 변속기의 진동을 잡아주는 마운트 부품도 달라졌다. 특히 변속기 마운트에는 현대차 최초로 ‘듀얼 스토퍼’ 구조가 도입됐다. 이 구조는 하중을 효과적으로 분산시켜 가솔린 모델의 초기 시동 진동이나 하이브리드 모델의 엔진-모터 전환 시 발생하는 이질감을 크게 줄여준다.

신형 투싼의 안전과 정숙성은 단순히 몇 가지 옵션을 추가한 결과물이 아니다. 차체 뼈대부터 유리, 바닥재, 마운트에 이르기까지 소음과 진동이 유입되는 모든 경로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한 결과물이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