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선 ‘가성비’, 중국선 ‘대형’으로… 국내 소비자만 그림의 떡 된 아이오닉 3·V

해외 생산, 국내 수요, 노사 문제까지… 현대차의 복잡한 셈법

현대 아이오닉3
현대자동차가 유럽과 중국에서 각각 현지 시장을 겨냥한 전기차를 내놓고 있다. 유럽에는 소형 전기차 ‘아이오닉 3’, 중국에는 현지 소비자 취향을 반영한 ‘아이오닉 V’를 투입했다.

가격과 상품성만 보면 국내 소비자들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 하지만 생산 거점과 기존 전기차 라인업까지 따져보면 현대차가 이들을 당장 국내에 들여오기 어려운 이유가 보인다.
현대 아이오닉V
유럽에서 만들고 유럽 취향에 맞췄다

아이오닉 3는 처음부터 유럽 시장을 겨냥한 소형 전기차다. 전장 4,155mm의 작은 차체에 롱레인지 모델 기준 최대 497km의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생산도 한국이 아닌 현대차 튀르키예 이즈미트 공장에서 맡는다. 유럽과 가까운 생산 거점을 활용해 물류 부담을 줄이고 현지 수요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국내에 판매하려면 다시 한국으로 들여와 인증과 사양을 맞춰야 한다. 해외에서 가격 경쟁력이 높다고 해서 국내에서도 그대로 유지된다는 보장은 없는 셈이다.
현대 아이오닉3 유럽판
국내에 들여오면 자기 차와 경쟁한다

더 큰 문제는 국내 라인업이다.

아이오닉 3와 수요층이 겹칠 수 있는 코나 일렉트릭과 캐스퍼 일렉트릭이 이미 판매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전체로 보면 기아 EV3까지 같은 시장을 공략한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오닉 3를 추가하면 새로운 고객을 만드는 것보다 기존 모델의 판매를 빼앗는 ‘카니벌라이제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현대차 입장에서는 “잘 팔릴까”보다 “기존 차량 판매를 뺏지 않고 추가 수요를 만들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다.
현대 아이오닉3 주행 후측면
중국에서는 반대로 큰 전기차를 만들었다

중국 시장을 겨냥한 아이오닉 V는 접근법부터 다르다. 넉넉한 실내 공간과 현지화된 디지털 기능 등 중국 소비자가 선호하는 요소를 적극 반영했다.

중국 현지 생산과 부품 조달을 활용해 가격 경쟁력도 확보했다. 하지만 중국에서 저렴하다고 해서 동일한 가격으로 국내에 판매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 들여오면 운송비와 인증 비용, 국내 사양 변경, 판매·서비스 비용 등이 추가된다. 현지에서 보였던 가격 경쟁력이 상당 부분 사라질 수 있다.
현대 아이오닉V 중국판
‘한국 홀대’보다 시장별 계산의 결과

결국 아이오닉 3와 아이오닉 V가 국내에 없는 이유는 상품성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작은 전기차 수요가 강한 유럽에는 아이오닉 3를, 넓은 공간을 선호하는 중국에는 아이오닉 V를 투입하는 시장별 맞춤 전략에 가깝다.

한국에서는 이미 코나 일렉트릭과 캐스퍼 일렉트릭, EV3 등이 자리 잡고 있어 새로운 모델을 추가했을 때 얻는 효과보다 기존 차량과의 수요 중복이 더 커질 수 있다.

아이오닉 V 역시 현재 중국 시장에 최적화된 모델이지만, 향후 다른 시장 판매 가능성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다.

결국 현대차의 계산은 단순하다. “좋은 차니까 한국에도 판다”가 아니라, 어디서 만들고 누구에게 팔아야 전체 판매량을 가장 크게 늘릴 수 있느냐가 기준이 되는 셈이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