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9만원 더 비싼 상위 트림의 비밀, 유리 지붕에만 있지 않았다
‘하늘이 보인다’는 말에 혹했다면… 개방감과 실제 개폐 기능은 완전히 다른 얘기
르노의 신형 SUV ‘필랑트’ 사진을 본 예비 오너들의 시선은 넓은 유리 지붕에 먼저 꽂힌다. 탁 트인 개방감을 선사하는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는 상위 트림을 고민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사양이다.
하지만 단순히 ‘하늘이 보인다’는 사실만으로 덜컥 계약금을 걸기 전, 사양표의 작은 단어 하나를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기대했던 기능과 실제 제공되는 기능 사이에 의외의 간극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전시장에서 차를 살펴볼 때 지붕의 크기보다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핵심적인 차이점이 있다.
369만원 차이, 유리 지붕 값으로 보면 안 되는 이유
아이코닉 트림과 테크노 트림의 가격 차이는 369만원에 달한다. 많은 이들이 이 차액의 상당 부분이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 값이라고 짐작하지만, 이는 절반만 맞는 얘기다.
르노코리아가 안내하는 필랑트의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는 열고 닫는 방식이 아닌 ‘고정형’이다. 1.1㎡ 크기의 거대한 유리창이 천장에 붙어있어 개방감은 뛰어나지만, 창문을 열듯 외부 공기를 실내로 끌어들일 수는 없다.
만약 날씨 좋은 날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선루프’의 기능을 기대했다면, 이 지점에서 만족도가 크게 엇갈릴 수 있다. 원하는 것이 멋진 풍경인지, 아니면 환기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
아이코닉 트림은 정말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
369만원의 가격 차이는 단순히 고정형 유리 지붕 하나에 매겨진 값이 아니다. 친환경차 세제 혜택 반영 기준 테크노 트림은 4,394만9천원, 아이코닉 트림은 4,763만9천원이다.
아이코닉 트림에는 헤드레스트 일체형 라운지 시트, 동승석 디스플레이, 20인치 휠과 저소음 폼 타이어 등 테크노 트림에는 없는 고급 사양들이 함께 포함된다. 여러 추가 장비를 묶어놓은 패키지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따라서 “선루프가 있으니 상위 트림을 골라야지”라고 단순하게 판단하기보다, 추가되는 다른 기능 중 내가 실제로 얼마나 사용할지를 따져보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다.
운전석보다 뒷좌석에 앉아봐야 보이는 것들
이 유리 지붕의 진짜 가치는 사진이나 운전석에서는 온전히 알기 어렵다. 특히 가족과 함께 탈 일이 많다면, 구매 전 반드시 뒷좌석에 직접 앉아봐야 한다.
뒷좌석에 앉았을 때 하늘이 얼마나 시원하게 보이는지, 여름철 햇빛이 부담스럽지는 않을지 직접 체감하는 것이 중요하다. 르노코리아는 열과 자외선 차단 기능이 적용됐다고 설명하지만, 실제 체감은 개인과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반대로 혼자 운전하는 시간이 대부분이라면, 개방감보다는 시트의 편안함이나 디스플레이 구성이 차량 만족도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국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은 ‘내가 정말 지붕을 열고 싶은 사람인가’이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