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 ‘알토란’, 정위스님 ‘시금치국수’ 레시피 도용 논란에 공식 사과
원작자 수십년 공들인 요리...방송 후 항의에도 제작진은 ‘묵묵부답’
MBN의 인기 요리 프로그램 ‘알토란’이 최근 불거진 레시피 도용 논란에 대해 결국 고개를 숙였다. 방송인 이상민이 선보인 ‘시금치국수’가 사실은 사찰음식 전문가 정위스님의 고유 레시피를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지 약 2주 만이다.
제작진의 뒤늦은 사과 면밀히 검토 못 한 실수
‘알토란’ 제작진은 22일 공식 입장을 통해 “이번 일로 상심하셨을 정위스님과 시청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최근 채식 레시피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해 새로운 시금치 요리법을 기획했다”며 “비건, 사찰음식 등 다양한 레시피를 검토하던 중 SNS와 AI 검색을 통해 멸치 없이 구기자가루로 맛을 내는 해당 레시피를 접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이 과정에서 해당 레시피가 정위스님의 유튜브 채널에 소개된 고유 창작물이라는 점을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제작진은 “좀 더 면밀히 자료를 검토하지 못한 명백한 제작진의 실수”라며 “변명의 여지 없이 사과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한 “정위스님을 직접 찾아뵙고 경위를 설명하고 사과의 말씀을 드렸으며, 스님께서 따뜻한 조언까지 해주셨다”고 덧붙였다.
원작자의 분노 수십 년 공든 탑이 한순간에
앞서 정위스님 측은 지난 7일 방송 직후 유튜브 채널 ‘정위스님의 채소한끼’를 통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 바 있다.
정위스님 측은 “수십 년간의 채식 생활을 통해 만들어진 스님의 요리가 한순간에 한 연예인의 요리로 탈바꿈하는 것을 보니 너무나 황당했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후 시청자 게시판 문의, 방송통신위원회 권리침해 심의 신청, 내용증명 발송 등 공식적인 절차를 밟았지만 제작진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알토란 측은 “게시판 확인을 미처 하지 못해 대응이 늦어진 점 사과드린다”면서도 “내용증명이나 별도의 연락을 받은 바는 없었다”고 해명하며 양측의 입장에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논란의 중심 시금치국수는 어떤 요리
논란이 된 시금치국수는 정위스님이 오랜 연구 끝에 개발한 독창적인 채식 요리다. 가장 큰 특징은 육수의 기반이 되는 재료에 있다.
일반적인 국수 요리가 멸치나 고기 육수를 사용하는 것과 달리, 정위스님의 레시피는 ‘구기자가루’를 사용해 감칠맛과 깊은 맛을 낸다. 이는 동물성 재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 사찰음식의 원칙을 지키면서도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핵심 비법으로 꼽힌다.
알토란 방송에서 이상민은 바로 이 ‘구기자가루’를 활용하는 부분을 그대로 재현했으며, 이는 단순한 아이디어 차용을 넘어 레시피의 핵심을 도용했다는 비판을 받는 주된 이유가 됐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방송계의 창작물 저작권 인식에 대한 경각심이 더욱 높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선미 기자 jsm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