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68년 만에 거머쥔 첫 지상파 연기대상, 그것이 마지막 무대가 될 줄은…
정부, 대한민국 문화예술계 큰 별에게 최고 영예 ‘금관문화훈장’ 추서

“오래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네. 여러분, 평생 신세 많이 지고 도움 많이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2024년 12월 31일 열린 ‘2024 KBS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배우 이순재가 역대 최고령 대상을 수상한 뒤 무대 위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2024 KBS 연기대상’ 방송화면 캡처


지난해 12월 31일, ‘2024 KBS 연기대상’ 무대에 오른 배우 이순재가 남긴 말이다. 데뷔 68년 만에 처음으로 지상파 방송사 연기대상을 품에 안은 90세 노배우의 눈가는 촉촉했다. 그리고 이 무대는 그가 대중 앞에 선 마지막 모습이 되고 말았다.

대한민국 연기계의 큰 별, 배우 이순재가 25일 향년 91세의 나이로 영면에 들었다.

데뷔 68년 만의 첫 대상 마지막 무대가 되다



원로 배우 이순재(사진·91)가 KBS 연기대상을 수상했다. 역대 최고령 대상 수상이다.
이순재는 2024년 12월 31일 녹화 후 이듬해 1월 11일 방송된 ‘2024 KBS 연기대상’에서 KBS 드라마 ‘개소리’로 대상을 받았다. 그는 이 작품에서 개의 목소리를 듣게 된 원로 배우를 연기했다. 이순재의 지상파 3사 연기대상 수상은 1956년 데뷔 이후 처음이다.


고인의 마지막 공식 석상은 지난해 연말 열린 ‘2024 KBS 연기대상’ 시상식이었다. 드라마 ‘개소리로’를 통해 영예의 대상을 수상한 그는 역대 최고령 대상 수상자라는 기록을 세웠다.

당시 시상자로 나선 배우 최수종과 김용건의 부축을 받으며 무대에 오른 고인은 만감이 교차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오래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네”라며 말문을 연 그는 “‘언젠가 기회가 오겠지’ 하고 늘 준비하고 있었다”며 감격스러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작은 역할로 연기 활동을 시작했던 과거를 회상하며, 드라마를 함께 만든 동료들의 노고를 먼저 치하하는 품격을 보였다.

특히 자신을 스승으로 따르는 대학생 제자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끝내 눈물을 쏟아 보는 이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그는 “이 자리까지 와서 격려해주신 시청자 여러분, 평생 신세 많이 지고 도움 많이 받았다. 감사하다”라는 진심 어린 소감으로 깊은 울림을 남겼다. 이 수상소감이 대중에게 전하는 마지막 인사가 될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정부 최고 영예 금관문화훈장 추서



정부는 대한민국 문화예술계에 큰 획을 그은 고인의 업적을 기려 금관문화훈장(1등급)을 추서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5일 저녁,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을 직접 찾아 훈장을 전달하며 애도를 표했다.

문화훈장은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공적이 뚜렷한 이에게 수여하는 훈장으로, 금관은 그중 가장 등급이 높다. 배우가 금관문화훈장을 받는 것은 2021년 윤여정, 2022년 이정재에 이어 3년 만의 일이다. 고인은 앞서 2018년 은관문화훈장(2등급)을 받은 바 있다.

문체부는 “1956년 데뷔한 고인은 반세기 넘게 최고참 현역 배우로 자리매김해왔다”며 “140편이 넘는 작품을 통해 드라마, 연극, 예능, 시트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기에 대한 진정성과 인간적인 모습으로 전 연령층에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추서 이유를 밝혔다.

이어 “후학 양성과 의정 활동 등을 통해 예술계를 넘어 사회적 책임을 실천한 문화예술인이었다”고 고인을 평가했다. 최 장관 역시 “칠십 년의 세월 동안 늘 우리 국민과 함께하며 울고 웃으셨다. 선생님이 남기신 발자취는 길이길이 기억될 것”이라며 고인을 기렸다.

조선미 기자 jsm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