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신발” 한마디가 살렸다…고향 여수서 털어놓은 충격 고백

초등학교 3학년 때 생이별 후 재회…끝내 함께 살지 못한 이유

유튜브 채널 ‘꼬꼬할배 백일섭’ 캡처


배우 백일섭이 70여 년간 가슴에 묻어뒀던 가족사를 꺼내놨다. 아버지의 외도, 친어머니와의 가슴 아픈 이별, 그리고 평생의 후회로 남은 한순간의 선택이 그의 입을 통해 공개됐다.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고향 여수를 찾은 그는 “아름다운 추억은 없다”고 잘라 말했지만, 그의 고백 속에는 그 이상의 복잡한 감정이 얽혀 있었다.

아버지의 외도, 네 명의 어머니를 보다



백일섭이 찾은 고향 여수는 그에게 상처의 공간으로 기억된다. 그는 초등학교 졸업까지 살았던 동네를 거닐며 파란만장했던 유년 시절을 회상했다. 그의 불행은 아버지의 외도에서 시작됐다.
백일섭은 “이곳에서는 둘째 엄마까지 살고 다른 곳에서는 셋째, 넷째 엄마까지 봤다”고 담담하게 털어놨다. 아버지의 곁을 지키는 여성이 계속 바뀌는 환경은 어린 아이가 감당하기 힘든 현실이었다.

유튜브 채널 ‘꼬꼬할배 백일섭’ 캡처


“엄마, 신발” 한마디가 운명을 바꿨다



복잡한 가정사는 그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사건으로 이어졌다. 남편의 외도를 견디지 못한 친어머니가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백일섭은 “내가 두세 살 때 어머니가 나를 업고 죽겠다며 근처 바닷가로 갔다고 하더라”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했다.
자칫 비극으로 끝날 뻔한 상황을 바꾼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아무것도 모르던 어린 그의 한마디였다. 그는 “내가 업힌 채로 ‘엄마, 신발’이라고 말했고, 어머니가 신발을 주우러 가는 사이 죽을 생각을 접었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아찔한 기억은 그의 인생 전체에 짙은 그림자를 남겼다.

평생 후회로 남은 그날의 선택



유튜브 채널 ‘꼬꼬할배 백일섭’ 캡처


친어머니와의 생이별은 초등학교 3학년 때 현실이 됐다. 집을 떠나는 어머니는 동네에서 놀고 있던 그에게 “일섭아, 엄마 간다”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백일섭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기억했다. “나는 어머니가 금방 올 줄 알고 ‘잘 가’라고 했다더라. 어머니는 그 말이 굉장히 섭섭했다고 한다.” 어머니는 아들을 데려갈 생각까지 했지만, 아이의 무심한 대답에 홀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세월이 흘러 어머니와 기적적으로 재회했지만, 두 사람의 어긋난 시간은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어머니가 서울에서 함께 살자고 제안했지만, 그는 어쩐 일인지 다시 여수로 돌아오는 선택을 했다.
백일섭은 “고향에 와봐야 다른 엄마가 있는데 왜 엄마하고 같이 안 살고 굳이 돌아오려고 했는지 지금도 모르겠다”며 깊은 후회를 내비쳤다. 70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한 그날의 선택은, 그의 고백을 통해 한평생 그를 따라다닌 상처와 그리움의 무게를 짐작하게 한다.

조선미 기자 jsm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