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대장금’ 끝으로 돌연 은퇴…그녀가 걸어온 제2의 인생
국제기구 대표·대학교수 거쳐 정책 총괄까지, 인생 바꾼 결정적 계기는
최고 시청률 57.8%를 기록한 국민 드라마 ‘대장금’. 극 중 위엄 있는 중전마마, 문정왕후를 연기했던 배우 박정숙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그는 2003년 이 드라마를 끝으로 돌연 방송가에서 자취를 감췄다.
20년이라는 긴 시간이 흐른 지금, 그가 전혀 예상치 못한 모습으로 대중 앞에 다시 섰다. 그의 새로운 직함은 서울시 산하기관의 대표이사다. 그의 경력 전환 배경에는 ‘한류’에 대한 깊은 고찰, 국제기구 활동 경험, 그리고 공공 정책 분야에 대한 열정이 있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배우의 삶에서 시민을 위한 정책을 총괄하는 행정가의 삶으로, 그의 인생 2막은 이미 오래전부터 차분히 준비되고 있었다.
최근 유튜브 채널 ‘조은주의 Q’에 출연한 박정숙은 자신의 근황을 직접 밝혔다. 그의 현재 직함은 서울특별시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다. 서울시의 여성 및 가족 관련 정책을 총괄하고 연구하는 공공기관의 수장으로 활동 중인 사실이 알려지자 많은 이들이 놀라움을 표했다.
그는 “미디어에서 일한 건 1992년부터 2003년까지 10년 남짓”이라며 “‘대장금’이 마지막 작품”이라고 과거를 회상했다. 이어 “시청자들이 보면 ‘세월을 제대로 맞았구나’라고 말할 것 같다”며 소회를 전했다.
1993년 KBS 대전 엑스포 특집 생방송 진행자로 데뷔한 그는 SBS ‘출발! 모닝와이드’, EBS ‘장학퀴즈’ 등을 거치며 신뢰감 있는 진행자로 먼저 이름을 알렸다. 이후 배우로 활동 영역을 넓히던 그에게 ‘대장금’은 인생의 거대한 변곡점이 됐다.
‘대장금’이 그녀의 인생을 바꾼 이유
드라마의 전 세계적인 성공은 박정숙에게 배우로서의 명성을 안겨준 동시에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 그는 “‘대장금’을 하면서 전 세계에 얼굴을 알리게 됐다”며 “코리안 웨이브(한류)가 생기면서 해외에 나가 공부하면 어떨까 생각하게 됐다”고 방송계를 떠난 계기를 설명했다.
단순한 휴식이나 유학이 아니었다. 해외에 나가보니 사람들이 ‘대장금’ 속 중전마마 역할에 큰 관심을 보였고, 이를 통해 한류의 힘을 직접 체감했다.
그는 한류에 대해 잘못 알려진 사실들이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 박정숙은 “‘한류’는 단순한 문화 콘텐츠 수출이 아니라 공공 정책이자 외교의 한 축”이라는 사실을 공부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깨달음이 훗날 그의 진로를 완전히 바꾸는 밑거름이 됐다.
배우에서 공공 정책 전문가가 되기까지
연예계를 떠난 그는 국제 관계와 공공 외교 분야에서 학문적 깊이를 더했다. 이후 국제기구 대표, 대학교수 등을 역임하며 이론과 실무 경험을 겸비한 전문가로 성장했다. 방송인 시절 쌓은 대중 소통 능력은 그의 새로운 커리어에 강력한 무기가 됐다.
한 분야에서 정점을 찍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결정이다. 특히 대중의 사랑을 받는 연예인이라면 더욱 그렇다. 박정숙의 행보는 익숙한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스스로의 길을 개척했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국제기구 대표도 하고 대학교수도 거쳐 지금은 공공기관 대표로 일하고 있다”고 자신의 지난 20년을 요약했다. 배우 박정숙에서 정책 전문가 박정숙으로, 20년간 쌓아 올린 그의 내공은 이제 서울시 여성과 가족을 위한 정책을 이끄는 리더십으로 발현되고 있다.
조선미 기자 jsm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