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부터 사진 무단 사용… 업체는 “구두 계약했다” 황당 주장
법원, 재산상 손해 8000만원에 위자료 2000만원 더한 결정적 이유
배우 백일섭의 얼굴이 붙은 주방용품이 약 30년간 시중에 유통됐다. 많은 이들이 그를 당연히 광고 모델로 여겼지만, 이면에는 긴 시간 이어진 법적 다툼이 있었다.
백일섭 측이 2019년 사진 사용 중단을 요구하는 내용증명까지 보냈음에도 업체는 올해 2월 폐업 직전까지 영업을 계속했다. 결국 양측의 갈등은 법원의 판결로 마무리됐다.
업체는 1000만원 모델료를 주장했다
법정에서 주방용품 제조사 A사는 1994년 백일섭과 구두로 광고모델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2010년경 모델료 1000만원도 지급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백일섭 측이 내용증명을 보낸 사실에 비춰, 이후 사진 사용을 묵시적으로 허락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법원이 초상권 침해만 인정한 이유
재판의 쟁점은 권리 침해의 범위였다. 백일섭 측은 퍼블리시티권, 초상권, 성명권 침해를 모두 주장했지만 법원은 초상권 침해만 인정했다.
현행법상 퍼블리시티권을 독립된 재산권으로 보기 어렵고, 제품 스티커에 백일섭의 이름이 없어 성명권 침해도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동의 없이 사진을 상업적으로 이용한 행위는 명백한 불법행위로 규정했다.
배상금 1억 원은 이렇게 정해졌다
법원은 A사가 백일섭에게 총 1억 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산상 손해 8000만 원에 위자료 2000만 원이 더해진 금액이다.
재산상 손해액은 백일섭의 인지도, 사진이 사용된 기간, 업체의 추정 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산정됐다. 자신의 얼굴이 동의 없이 상품 홍보에 쓰이는 상황은 연예인이라도 정신적 고통을 유발한다고 본 것이다.
조선미 기자 jsm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