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매출 1600억 성공 신화 직후 한순간에 추락했던 그날의 전말
법원마저 등 돌리게 만들었던 ‘결정적 증거’의 실체
방송인 주병진이 26년간 묵혀온 속내를 털어놨다. 연매출 1600억 원 신화를 쓰며 사업가로 최정점에 섰던 그를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뜨렸던 과거 ‘성폭행 누명’ 사건에 대한 이야기다.
그는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죽을 때까지 나를 계속 힘들게 할 것”이라며 여전히 아물지 않은 상처를 드러냈다. 당시 사건은 초기 법원 판결마저 그에게 등을 돌리면서 방송과 사업 모두에서 그의 존재를 지웠다. 한 사람의 인생이 무너지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연매출 1600억 성공이 허무했던 이유
주병진은 사건을 언급하기에 앞서 사업가로서 거둔 큰 성공부터 회상했다. 속옷 사업으로 연매출 1600억 원을 달성했지만, 정작 그는 “돈을 벌었는데 그 허탈감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1차 목표였던 ‘돈’을 이룬 뒤 다음 꿈이 없었던 그는 방황하기 시작했다. 그는 “그러다 좌절이나 먹구름이 끼는 느낌을 받으면서 세상이 무서워지는 걸 알게 됐다”며 2000년 11월에 터진 그 사건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합의금이 유죄의 증거로 뒤바뀐 순간
사건의 발단은 2000년 11월, 한 여대생의 신고였다. 이 여성은 서울 이태원의 한 호텔 주차장 차 안에서 주병진에게 폭행과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주병진은 합의된 관계였다고 항변했지만 나흘 만에 구속됐다.
1심 법원은 그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주병진이 여성에게 건넨 합의금이 유죄의 정황으로 인정된 결과였다. 이 판결로 그의 방송 및 사업 인생은 사실상 끝나는 듯 보였다.
무죄 밝혔지만 26년째 남은 상처
그러나 항소심 과정에서 국면이 완전히 전환됐다. 피해자라 주장했던 여성이 실제로는 룸살롱 종업원이었으며, 친구와 짜고 얼굴에 상처를 내는 등 증거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결국 2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왔고, 2002년 7월 대법원이 공소기각 판결을 내리며 2년 가까운 법정 다툼은 끝났다. 누명은 벗었지만 상처는 깊게 남았다. 주병진은 “남의 인생을 망가뜨리면 그 긴 세월을 어둠 속에 살아야 한다.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당시 한남대교 위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려던 남성을 붙잡아 구했던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주병진은 “서로가 서로를 구출한 것”이라며 자신 역시 깊은 어둠 속에 있었음을 고백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조선미 기자 jsm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