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6만 달러 상금을 두고 벌이는 참가자들의 치열한 심리전과 생존 전략.
원작 드라마의 세계관은 그대로, ‘죽음’ 대신 ‘탈락’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는 원작 드라마와는 전혀 다른, 그 자체로 지독하고 자극적인 ‘서바이벌 쇼’다.
62억 상금, 현실이 된 거대 세트장
알록달록한 놀이터를 연상시키지만, 그 안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이 벌어지는 거대한 게임장, 참가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붉은 경비원복, 계급처럼 나뉜 참가자들의 녹색 운동복까지. 이 정교한 세트장은 그 자체로 참가자들에게 “이것은 단순한 게임이 아니다”라는 심리적 압박을 가한다.
“살아남아야 한다”… 원작보다 치밀한 심리전
시즌 2에는 ‘달고나 뽑기’, ‘구슬치기’ 등 익숙한 게임 외에도 새로운 변형 게임들이 추가됐다. 중요한 것은 게임의 규칙보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간 군상이다. “나만 살아남으면 된다”는 생존 본능과 “함께 이겨야 한다”는 도덕적 딜레마 사이에서 참가자들은 끊임없이 시험에 들게 된다. “현실에서 ‘놀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경쟁적이고 위계적인 상황”이라는 언론 리뷰가 이를 뒷받침한다.
엇갈린 평가 “메시지 실종” vs “장르적 쾌감”
반면, 원작 드라마의 열렬한 팬들과 비평가들의 시선은 차갑다. 가장 큰 비판 지점은 원작이 담았던 날카로운 사회 비판과 자본주의에 대한 풍자가 ‘리얼리티’라는 포맷 안에서 완전히 희석되었다는 것이다. 일부 비평가들은 “인간 존재에 대한 탐구가 상업적인 경쟁 구도로 단순화됐다”며 “원작의 메시지를 그저 ‘즐거움을 위한 경쟁’으로 소비한다”고 지적한다. 참가자들의 과도한 심리적 부담 등 윤리적 쟁점도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K-콘텐츠의 확장, 성공일까 독배일까
다만, 이러한 포맷 확장이 진정한 성공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원작의 핵심 가치를 어떻게 계승할 것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에 답해야 한다. 원작의 강점이 단순한 ‘죽음의 게임’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인간과 사회에 대한 고찰’이었다면, 리얼리티 쇼 버전은 그 핵심이 약화된 채 스펙터클만 남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오징어 게임’이라는 브랜드는 이번 리얼리티 쇼를 통해 다시 한번 그 영향력을 입증했지만, 이것이 K-콘텐츠의 전략적 확장일지, 아니면 원작의 가치를 깎아 먹는 ‘독배’가 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지희 기자 jeehee@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