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준 감독, 강하늘·염혜란 주연 현실 밀착 스릴러.

‘영끌’로 이룬 ‘내 집 마련’의 꿈이 ‘층간소음’ 하나로…

영화 84제곱미터 / 넷플릭스
넷플릭스 영화 ‘84제곱미터’를 보기 전, 예고편을 보고 ‘통쾌한 층간소음 복수극’을 기대했다면 경고한다. 이 영화는 당신의 기대를 완벽하게 배신한다. 118분의 러닝타임이 끝났을 때, 당신이 마주하게 될 것은 시원한 ‘사이다’가 아닌, 뼛속까지 파고드는 서늘한 ‘현실’이다.

관객들 사이에서 “118분 내내 답답하다”는 불평이 쏟아지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장담하건대, 이 영화가 의도한 ‘답답함’의 끝에서 마주하는 진실은, 웬만한 공포 영화보다 더 소름 끼친다.

‘영끌’에서 ‘코인’으로... 벼랑 끝에 선 한 남자

영화 84제곱미터, 강하늘 / 넷플릭스
주인공 ‘우성’(강하늘 분)은 이 시대 30대의 자화상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꿈에 그리던 ‘국민 평수’ 84㎡ 아파트에 입성한다. 하지만 그토록 원했던 ‘내 집’은 안식처가 되지 못한다.

기쁨도 잠시, 아파트 가격은 하락하기 시작하고 ‘영끌’ 대출 이자는 그의 숨통을 조여온다. 야간 아르바이트까지 뛰며 버티던 그는 결국 “한 방에 뒤집자”는 심리로 ‘코인’ 투자라는 또 다른 함정에 발을 들인다. ‘집’이 구원이 되지 못하자, ‘코인’이라는 신기루에 기댄 것이다.

“쿵, 쿵...” 층간소음, 지옥의 서막

영화 84제곱미터, 층간소음으로 시작하는 전개 / 넷플릭스
그의 내면이 빚과 불안으로 무너져 내릴 때쯤, 정체불명의 ‘쿵, 쿵’ 소리가 그의 일상을 파고든다. 층간소음이다. 우성은 이 모든 불행이 ‘소음’ 탓이라 확신하며 범인 찾기에 집착하기 시작한다.

아랫집, 옆집, 윗집 펜트하우스의 ‘은화’(염혜란)까지, 모든 이웃이 용의선상에 오른다. 하지만 이웃들은 하나같이 “집값 떨어진다”며 문제를 덮기에 급급하고, 우성의 집착은 광기로 변해간다.

스포일러 없는 힌트: 진짜 공포는 ‘이웃’이 아니다

영화 84제곱미터, 심리 공포 스릴러 / 넷플릭스
이 영화의 천재성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관객 역시 우성의 시선에 동화되어 ‘층간소음 범인 찾기’에 몰두하게 만든다. “도대체 누가 저 소리를 내는가?”

하지만 영화는 교묘하게 관객을 속인다. 이 영화의 진짜 질문은 “누가 소리를 내는가?”가 아니라, “우성은 왜 그 소리에 그토록 집착하는가?”이기 때문이다.

극심한 스트레스, 대출 압박, 코인 손실, 미래에 대한 불안감... 이 모든 것이 결합되며 우성의 뇌는 이미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 영화는 ‘층간소음’이라는 미끼를 던져놓고, 한 인간이 ‘영끌’이라는 사회적 압박 속에서 어떻게 내면부터 처절하게 붕괴하는지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우리가 118분간 느낀 ‘답답함’은, 바로 우성이 느끼는 지옥 그 자체다. 이 모든 불안의 도미노는 관객 누구도 예상치 못한, 서늘한 결말을 향해 맹렬히 달려간다. ‘84제곱미터’는 층간소음 스릴러가 아닌, 2025년 가장 잔혹한 ‘심리 공포 스릴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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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84제곱미터 포스터 / 넷플릭스


이지희 기자 jeehee@news-wa.com